[38] 외로운 별 이야기

2010. 10. 24. 오후 10:29:21

글자

센터 운영비

회사의 어느 부서든 운영비는 꼭 필요하게 마련이다.
물류본부는 중앙센터와 지역센터를 구분하여 이름을 다르게 호칭했는데
상온중앙센터는 영수증을 허용하면서 저온중앙센터와 각 지역센터들은 동전 한잎 주지 않았다.
저온중앙센터 역시 상온중앙센터와 마찬가지로 물류본부에 두개 뿐인 대형센터인데도 무시한 것이다.

입출고 물량 규모에선 상온중앙센터가 저온중앙센터보다 훨씬 많았으나 업무처리 내용은 똑 같았다.
매일 직원들과 알바들 그리고 영업사원과 거래처 사람들 또 수배송기사 등 수 십명이 온종일 북적거리고 
그들이 마시는 커피와 식수 또 종이컵만 해도 매월 50만원이 넘었으며
게다가 거의 매일 잔업이라 저녁을 먹어야 하고 겨울철에는 사무실 난방유류비까지 150만원을 넘었다.

당시 알바 일당이 25,000원이라 3명의 한달치 월급인 많은 금액인데도 일체 주지 않은 것이다.
요구할 때마다 예산이 부족하다면서 흐지부지였는데
실제로 예산이 부족해서 그랬는지 아님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 난 지금도 그것을 모른다.
여하튼 명색이 중앙센터이고 센터장이라 여러 용무의 내방객과 반대로 내가 찾아가야 할 곳이 많았으며
또 가끔 직원과 알바들 회식도 해 주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본부는 종이 한장 볼팬 한자루 보내 주지 않았다.
그렇다면 적당히 요령껏 하라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나 나는 요령껏 한다고 했다가 과장과 크게 한바탕 하고 몇 년을 힘들게 보낸 일 있었다.
그리고 사실여부는 알 수 없으나 본부는 운영비를 요구하는 센터장을 자질부족으로 본다는 소문도 있었다. 
평소 친한 지역센터장에게 그에 대하여 물었더니

"회사에서 공식으로 나오는 건 저그들 것이니까 우리는 알아서 하라는 그거 아니겠어?"

"그게 한참 잘못된 거 아닌가. 뻔히 알면서도 문제되면 자신들은 몰랐고 책임 없다며 도망이나 가고...."

"그렇지, 그땐 비리 어쩌구 하면서 우리한테 바가지 씌우지, 그러니까 조심해서 잘 하라는 거겠지 뭐.
 아무튼 이형은 어떻게 하고 있나? 본부에 챙겨 주고 있나?"

"본부를 챙겨? 없어.. 한번도....난 그런 일은 생각해 본 일도 없어....김형은 챙기고 있는 모양이군?"

"1년에 두세 번....어쩔 수 없잖아? 안 그럼 사소한 일도 시비걸고 결재가 잘 안 되는데 어쩔거야...."

"젠장..운영비도 안 주면서 오히려 바라다니...거참, 김형은 성격이 매우 좋은거야."

"성격이 좋은 게 아니라 편하게 일하고 싶으니까...어차피 내것도 아닌데 힘들게 일할 거 없잖아."

센터에 비축되어 있는 상품들은 회사 자산이다.
만일 마음 먹고 '요령껏' 하루에 두세 박스만 처리하더라도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그 무렵 그 짓을 한달만 하면 월급 두 배가 넘었다.
그리고 하루에 몇 만박스가 들어 오고 나가는 상황이라 하고자 하면 얼마던지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그 말고도 공장이나 OEM사에 약간의 스페셜을 요청하면 군말 없이 보내오지 않는가.

그러나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고 할 필요도 없었다.
골치 아픈 운수회사를 내 보낸 후 새로 계약한 회사 사장이 매월 일정 액을 보내 주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자기 회사와 거래 계약을 한데 따른 사례였다. 
그리고 그 사장은 우리와 계약하기 전의 비효율적인 장거리운행을 대폭 개선하여 이익을 많이 내고 있었다.

즉, 우리 제품을 지역센터에 하차한 후 공차로 오지 않고 그 지역의 장기 계약 하물을 싣고 오는 것이다.
우리와 계약하기 전에 그 하물 수송을 위해 일부러 공차로 내려갔었지만 이젠 왕복운행이 가능한 것이다.
그 운임은 우리 센터에서 지급하는 지입금과 상관없는 별개이고 순 수입이다.
어쩌다 가끔씩 하차가 늦어 센터 배차시간을 맟추기 어려울 때는 내가 조금 수고하면 문제될 일 없다.

지역에 내려갔다가 싣고 온 물량 하차가 늦으면 직원들을 퇴근시키고 나 혼자 기다렸다 상차하는 것이다.
전 같이 여러명이 인력으로 하차하는 것이 아니라 지게차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운수회사 외에도 매월 꼬박꼬박 보내 주는 OEM사들이 있었으며
매월 매주마다 골치를 썩히며 내가 그들의 생산계획을 짜 주는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였다.
    
내가 생산계획을 짜 주지 않으면 그들 스스로 해야 하는데 나의 주문량과 틀리면 문제가 된다.
부족하면 말할 것 없고 남는 경우도 유통기한이 짧아져 내가 요구하는 유통기한 날짜를 지키기 어렵다.
또한 언제 무엇을 얼마나 주문할지 몰라 원료와 포재 등을 항상 여유있게 비축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 모든 것이 비용 즉, 돈이고 대부분 은행에서 차입한 빚인 것이다.

그러나 내가 납품기한을 정해 주면서 그 때까지 무엇을 얼마 생산하라고 할 경우는
계획생산이 가능하여 원료와 포재 그리고 생산인력의 효율을 높일 수 있으며 불필요한 공장 재고도 없다.
그러면서도 주문량에 차질이 없으니 경영자 입장에선 더 바랄 것 없는 매우 고마운 일이 된다. 
하지만 내가 사전예측하여 그들에게 짜 준 생산계획이 영업측 주문과 틀리면 그땐 내가 매우 골치 아프다.  

따라서 예측을 정확히 하기 위해 매일 전국 주요 영업담당들과 센터장들을 통해 정보를 수집해야 했는데
나는 OEM사들의 생산 차질을 예방하여 영업부 주문에 차질없도록 하기 위해서 한 일이지만
부수적으로 OEM사들의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켜 주는 결과가 되어 뜻하지 않았던 사례를 받게 된 것이다. 
그 외에도 여러 명의 차주들이 식당 외상 값을 부담했으며 그 금액도 만만치 않았다.
외상값은 그들도 같이 먹은 것이지만 내게는 큰 지출 항목이었다.

그러고 보면 시쳇말로 부수입이 다소 짭잘한 편이고 다른 센터보다 많은 편이었던 모양이다.
아무튼 당시 내 월급 보다 훨씬 더 많았다.
하지만 나는 승용차 유류비와 담배값 약간의 용돈 외에는 센터 운영비와 공장직원 회식비로 다 사용했다.
인정사정 없는 나의 요구로 고생이 많은 공장직원들과 거의 매일 업무회의를 하며 회식비로 쓴 것이다.

그렇지만 공장에는 책임자급 직원들이 많아 나는 거의 매일이었어도 그들에게는 가끔씩이었다.
사무실의 과장과 대리들 그리고 각종 원료와 원부재 담당들
또 기계고장으로 고생하는 공무과 직원과 심지어 공장 폐수처리장 기사들까지 연관되는 상황에 있었다.
만일 그들 중 한 사람이라도 펑크 또는 비협조적이면 영업에서 요구하는 상품 생산에 차질이 따른다.

그 때문에 나에게는 그들 모두의 적극적인 업무협조가 매우 중요했으며
그동안 공장의 생산성을 대폭 끌어 올린 것도 그들이었다.
물론 그 일에 나도 한 몫과 한 역할을 했지만 어쨌던 그들이 공장을 움직이는 주체이고 책임자들이다.
그리고 공장장 지시도 잘 듣지 않던 그들인데 맨입으로 협조요청하면 그처럼 적극적으로 협조할 리 없다.

예를 들어 새벽 심야조 생산작업 중에 기계가 고장나면 누가 잠자다 말고 출근하여 고치려고 하겠는가.
그리고 원료와 원부재 담당들이 납품처에 물량이 없다고 하면 나로선 속수무책이고
또 폐수처리장 탱크 용량이 적어 야간에 사람 없을 때 폐수를 배출하면 안 된다 하면 야간작업이 어렵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자다 말고 출근하여 고장난 기계를 고쳤고 거래처를 닥달하여 항상 원부재가 부족하지 않게 챙겼다.
그리고 현장 반장들도 자신의 분야 생산성 향상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공장장은 진작부터 전 직원이 그렇게 열심히 근무하기를 바랬지만 나처럼 마음으로 움직이지는 못했다.
그 때문인지 공장장은 무척 고마워 했다.

그러나 그 결과 내 개인적 실속은 없었다.
약간의 용돈과 승용차 유지비 정도였으며 그나마 서울집에 자주 가지 못해 업무적 운행이 거의 전부였다.
따라서 대부분 업무를 위해 사용했고 또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부수입은 이른바 공개된 비밀이라 누군가 본부에 고자질할 수 있으므로 문제되면 안 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문제로 곤란을 당한 일은 없었지만 내가 사직하여 그 자리를 떠난 후
그 부수입에 대하여 소문으로 알고 있던 다른 센터장들이 서로 내 자리를 욕심내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나의 사직과 함께 운수회사와 OEM사들 지원금이 중단되어 차주들이 지불하는 식당외상 뿐이었다. 
운수회사 사장은 후임 센터장에게 '빚'이 없고 OEM사들도 생산계획을 주지 않는데 지원금을 줄 리 없다.

그래선가.
내 후임자는 소문은 말 그대로 소문이라면서 일만 많고 복잡하여 골치 아프다고 소문을 냈다.
그는 업무 스타일이 나와 달랐다던데 몸이 편하면 입도 편한 단순한 이치를 몰랐거나 간과했던 듯 하다.
당연히 운영비를 요구할 수밖에 없고 그래선지 공장과 영업부서 불만 때문인지 몇 개월 후 교체되었다.

갑자기 나의 명퇴가 결정되고 그가 나의 후임으로 내정되었을 때
공장장과 일부 영업부서에서 강력하게 나의 사직을 반대하여 사표수리 후에도 15일이나 더 근무해야 했다.
사표가 수리되어 퇴직금까지 수령한 상황인데도 본부는 후임 센터장을 결정하지 못한 것이다.
이제부터 이야기는 내가 명퇴를 하게 된 배경과 그후 사업에 대한 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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