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외로운 별 이야기

2010. 11. 9. 오후 9:48:33

글자

HACCP


그 전화 이야기로 이어지면 "HACCP" 이야기를 할 수 없게 된다.
회사를 떠나면서 아쉬운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그 중에서도 HACCP를 못한 것이 제일 아쉬웠는데
공장장이 무엇 때문에 나의 명퇴를 극력 반대했는가.
영업부 일부 부서들은 또 왜 나의 명퇴에 항의하며 후임자를 완강하게 거부했는가.


식품회사는
우리가 먹는 모든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종합식품회사와 몇 가지만 생산 판매하는 회사로 구분된다.
그 당시 종합식품회사는 우리 회사와 영원한 라이벌 관계인 J사 등 두 회사 뿐이었으며
언제나 J 사가 신상품 개발과 운영 그리고 정책에서 앞서 가고 우리회사가 그 뒤를 바짝 쫒는 형편이었다.

그리고 그 공장장은 본사 산하 20여개 공장 중에서 유일하게 냉동식품을 생산하는 공장의 총책임자였다.
모든 식품들이 다 그렇지만 냉동과 냉장류는 특히 엄격하고 철저한 위생관리를 요한다.
그래서 안전성을 더 높이기 위해 보건복지부 식품의약 안전청에서 HACCP 제도를 도입 시행하게 되었고
국내 최초 1호 공장 HACCP 획득을 위하여 회사는 라이벌사와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었다.

그럼 'HACCP' 란 무엇인가.
요즘은 식품을 수배송하는 냉동탑차에 제품을 광고 선전하는 'HACCP' 로고를 보는 것이 어렵지 않다.  
오래되어 잊었으나 각 단어의 머릿글자이며
당시 공장에선 '헥쌉'이라 했는데 그럼 HACCP 제도가 왜 필요하며 국민 건강에 어떻게 도움되는 것인가.

아무리 훌륭한 시설의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도 얼마간 인체에 유해한 독소들이 함유되어 있게 마련이다. 
인체에 유해한 독소 즉 그러한 "위해요소(爲害要素)를 중점관리" 하는 제도이다.
다시 말해서 인체에 해를 끼치는 근본적인 조건과 요인들을 거의 완벽하게 제거하는 관리시스템인 것이다.

각 공장들은 현재도 식품안전 위생법과 관련 규정에 따라 생산하고 있어 안전하기는 하지만
대부분 원료와 중간 가공제품 그리고 완성품에 대한 위생관리에 주력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헥쌉은 생산과정 전반 즉 각종 설비와 공정에서 원료와 중간품에 유입될 수 있는 모든 위해요소
그러니까 기존의 위생검사 이전과 이후에 유입되고 있는 위해요소 일체를 '완벽하게 제거'함을 뜻한다.

그 때문에 기존의 위생법과 규정보다 더 철저하고 훨씬 강화된 위생관리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으며
헥쌉을 획득한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은 어떤 식품이든 안심하고 먹어도 되는 완전식품이다.
쉽게 말해서 그동안 기존의 식품위생관리가 후진국형이면 헥쌉은 선진국형인 것이다.
따라서 헥쌉에 대한 인식이 전국민에게 확산되면 헥쌉을 획득하지 못한 회사 제품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원래 '헥쌉의 정의'는 일부 회사들이 선전하는 그 보다 훨씬 넓고 크며 '공장 헥쌉'은 그 하나일 뿐이다.
돈육을 예로 들면, 기존의 위생법과 규정은 돼지고기 제품 즉, 돈육이 주원료인 완성품에 주력 적용하지만
헥쌉은 종돈 생산부터 그 종돈이 먹는 사료와 사육과정 그리고 도축장까지
그리고 도축 후에 각 정육점과 여러 가공공장은 물론 매장에 진열되기까지의 물류과정도 모두 포함한다.

다시 말해서 돼지농장부터 식탁에 오르기 전의 매장까지 전 과정의 위해요소를 제거하는 시스템인 것이다.
그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각 단계와 과정마다 개별 헥쌉이 필요하며
그 중에서도 완성품을 유통시키기는 물류라인의 헥쌉이 매우 중요하여 꼭 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공장 헥쌉의 제품이 아무리 완벽해도 기존의 원시적인 물류에서 위해요소가 유입되어 소용없기 때문이다.
물류 헥쌉이 사회적 여건상 어렵다 하여 하지 않으면 공장 헥쌉은 하나마나 한 결과가 되는 것이다.   

헥쌉은 인체에 해를 가하는 위해요소 일체를 식품의약안전청이 정한 규정으로 완벽하게 제거하는 제도이며
만일 식품을 생산하는 전 과정이 모두 헷쌉이면 소비자는 100% 안전하고 무해한 식품을 먹을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회사는 기존의 설비가 헥쌉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못되어 시행하기 어렵다.
따라서 공장을 신설하거나 그와 다름없는 대폭적인 개 보수 작업을 해야만 가능하다.

그리고 제품을 생산하는 직원들도 기존의 안일한 자세에서 탈피해야 함은 물론이다.  
초가집에서 살다가 훌륭한 현대식 건물에서 살게 되었으면 사람도 그에 걸맞게 바뀌어야 하는 것과 같다.
헥쌉은 그렇게 비유해도 될 정도로 기존의 것에서 대폭 바뀌고 변화해야 성공할 수 있으며
또한 성공하면 그 분야만큼은 선진국 수준으로 격상했음을 의미한다.

여하튼 일단은 무엇보다 막대한 비용이 문제이다.
그러나 식품회사를 운영하는 사장들은 앞으로 HACCP 아니면 영업이 어려울 것이니 어쩔 것인가.
자금 사정이 어려워 못하고 있을 때 경쟁업체가 먼저 획득하여 대대적인 광고로 앞서가면 끝장일 수 있다.
그래서 당시 국내에서 제일 먼저 J 사가 시작했고 우리 회사도 서둘러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7명의 박사로 구성된 식품의약 안전청의 헥쌉 심사단이 여간 까다롭고 세심하지 않았다.
단계별 기간별로 나누어 수시로 공장을 방문하면서 매회 100개 이상씩 문제점을 찾아 지적하기 때문이다. 
그 제도가 국내 처음이라 더욱 엄격했지 않았나 생각되지만 암튼 심사단은 철저했고 인정사정 없었다. 
그리고 공장장은 그 문제에 신경쓰느라 정신 없던 차에 나의 명퇴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그는 아무리 서둘러 노력해도 자금 사정이 좋은 경쟁사 J 사가 1호 공장 획득이 확실한 상황이었고
그래서 J 사가 아직은 어렵다 하여 보류한 물류 헥쌉을 우리가 먼저 획득하여 만회하고 싶은 입장이었다.
만일 우리가 물류 헥쌉에 성공하고 그것을 적절히 잘 활용하면 1호를 빼앗긴 것이 문제 안 될 수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본부가 저온제품물류 헥쌉에 꼭 필요한 나를 명퇴시켜 버린 것이다.

공장도 그렇지만 물류 헥쌉도 적지 않은 투자가 필요하다.
그 때문에 공장장은 상무급 중역인 그의 상사에게 사장을 설득해 달라고 했다고 한다.
그 문제는 당연히 물류본부장의 일이지만 차장급이라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지원을 요청한 것이다.
그러나 본부장은 회사에 자금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며 공장장의 헥쌉 건의를 못마땅해 했다는데....

그러면서 그는 엉성한 물류 경험을 믿고 물류로 수익을 올리겠다며 업무대행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공장장이 물류 헥쌉을 제안했을 때는 이미 물류대행 사업에 뛰어 든 후였다.
그러나 정보를 수집하여 입찰 준비를 하던 중이라 중단해도 피해는 없었다.
난 물론 그러한 사실을 그 당시는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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