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28주일미사

2013. 10. 12. 오후 1:47:50

글자

연중 28주간 주일미사. 열왕기 하 5,14-17; 2티모테오 2,8-13;루카 17,11-19

 확실하게 약속받은 것들이 깨지는 세상입니다. 장밋빛 같던 용산개발도 그렇고, 대통령의 복지 공약도 그렇고,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는 동양사태도 그렇습니다. 이런 뉴스만 보면, 우리의 가슴은 무너집니다. 또 어느 곳에서 이와 비슷한 사태가 벌어질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이제 우린 무엇을 보아야 할까요? 단순히 하느님만 붙잡고 살아야 할까요? 그러기엔 우리가 가진 믿음이 너무 부족해 보입니다. 게다가 우리는 현실을 살아야 합니다. 여기서 이런 작업 하나를 해야 하겠습니다. 내가 가진 믿음과 현실 사이에 다리를 놓는 일입니다. 마치 서로가 멀리 떨어진 섬처럼 보이기에, 미사가 끝나고 이 성당을 나가게 되면 믿지 않는 비신자와 그리 다르지 않게 살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스스로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그동안 받았던 교육을 토대로 삶의 밑천을 이루어갑니다. 그것이 기술이 되었건, 지식이 되었건 간에 말이지요. 하지만 받은 기술이나 지식도, 이젠 점차 단순한 요령이 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이미 대학에서도 기초학문, 교양과목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교양과 지혜가 사라지는 세상입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사람인 우리가 무엇을 찾아야 할까요? 사람답게, 현실을 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요? 계속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무엇을 붙잡아야 변치 않을 수 있을까요?

     우리에게 가진 것 중에 경전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책이 있습니다. 보통 책 중에서 ()’ 이라는 글자가 붙는 책은 보통의 다른 책과 차이점이 있습니다. 경전은 변치 않는 도리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랜 역사가 지나도 변치 않는 것을 붙잡을 수만 있다면, 바람처럼 흩날리는 이 세상에서 뿌리를 쥘 수 있습니다. 요즘 상영하는 관상이란 영화에 유명한 대사가 나오더군요. 파도를 움직이는 것은 바람인데, 나는 바람은 보지 못하고 파도만 보았다.’ 여러분도 파도를 움직이는 바람을 만나고 싶습니까? 실상 바람의 속성은 지금 이 자리에서 다 이해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바람의 속성을 알려주는 경전의 성격도 그렇습니다. 지금 당장에는 다 이해되지 않지만, 시간이 갈수록 의미를 되새기게 해주지요. 우리에게 그 경전은 바로 성경입니다. 그 성경 안에서 참 지혜를 알려주는 내용들이 있습니다. 시편, 지혜서, 코헬렛, 집회서, 잠언 등이지요. 그 중 잠언 1장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이 잠언은 지혜와 교훈을 터득하고 예지의 말씀을 이해하며 현철한 교훈과 정의와 공정과 정직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 또한 어수룩한 이들에게 영리함을, 젊은이들에게 지식과 현명함을 베풀려는 것이니 지혜로운 이는 이것을 들어 견문을 더하고, 슬기로운 이는 지도력을 얻으라.” 이 세상을 만드신 하느님의 지혜를 가지고 세상사는 비법을 알 수만 있다면, 이것처럼 삶의 지름길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하지만 많은 이들이 이 방법을 택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세상을 만든 창조주도 아닌데도 피조물인 사람들이 만든 것을 더 우대합니다. 그러면서 과연 파도를 움직이는 힘을 잡을 수 있을까요?

   오늘 말씀은 하느님의 지혜를 바라보고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이들의 모습이 나오고 있습니다. 1독서에서는 오늘날 유혈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시리아라는 나라에서 온 나아만 이라는 장수가 자신의 병이 치유되고 있습니다. 그는 하느님도 모르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의 병이 낫게 되면서 이런 소리를 하지요. 이 종은 이제부터 주님 말고는 다른 어떤 신에게도 번제물도 희생제물을 드리지 않을 것입니다.” 복음도 이와 비슷합니다. 병이 나은 열 사람 중 한 사람만이 찾아와 예수님 발 앞에 엎드려 감사를 드립니다.” 이게 무슨 말씀일까요? 하느님을 하느님이라고 인정하는 것이 지혜의 시작이지요. 그래서 알렐루야에 이런 말씀이 나오잖습니까? 모든 일에 감사하여라.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살아가는 너희에게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이다.” 여기서 하느님의 뜻을 알기 전에 우리들의 모습을 잠깐 보겠습니다. 십계명 중에서 4계명부터 보겠습니다. 4계명이 뭡니까? 부모에게 효도하여라. 5계명은 사람을 죽이지 마라. 6계명은 간음하지 마라 7계명은 도둑질을 하지마라. 이 계명이 언제 나온 것입니까? 모세 때 나온 것입니다. 그런데도 아직도 여전히 사람을 죽이고, 간음하고, 도둑질 하는 사람이 나옵니다. 이제 우린 알았습니다. 인간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한계를 갖고 있다고요. 그 전 사람보다 많이 배웠다는데도 우리가 아직도 이러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알았습니다.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는 본인들의 한계를 극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사랑하는 수유동 본당 교우 여러분~

  하느님의 법은 예전에 글로 쓰여졌지만, 그 법은 글에서만 존재하지는 않습니다. 지금도 이어집니다. 세대와 민족을 초월하면서 말이지요. 그래서 이런 말씀이 2독서에 나오잖습니까? 하느님의 말씀은 감옥에 갇혀 있지 않습니다.” 모든 것을 초월하는 주님을 만날 때, 갇혀있는 듯한 여러분의 삶은 자유롭게 되고, 거기서 참된 지혜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지금보다 더 지혜롭게 되시기 바랍니다. 그럴 때 파도를 움직이는 바람을 만나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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