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 25주간 수요일.에즈라 9,5-9; 루카 9,1-6.
하루 중 기도하는 시간이 되어 십자가 앞에 조용히 앉으면 ‘지정된 시간이 왔기 때문에 내가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그분이 나를 초대해 주셨기에 가능했구나.’ 라는 것을 깨닫곤 합니다. 왜냐하면 수많은 위해요소들이 나를 다른 쪽으로 잡아 끌고 방해하는 요소가 참으로 많음에도 주님 쪽으로 잡아 당겨주고 계신다는 사실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여러 유혹 속에서도 당신께서 나를 먼저 사랑하고 계시기에, 이런 자세를 만들어주실 수 있음이 참으로 놀랍고 기쁘다는 생각을 갖곤 합니다.
오늘 복음과 독서에는 이처럼 먼저 이끌어주시고 사랑해주시는 모습이 나오고 있습니다. 에즈라서에서 “저희 조상 때부터 이날까지 저희는 큰 잘못을 저지르며 살아왔습니다.” 라면서 그동안 벌어진 포로살이, 약탈 그리고 당신께 죄를 지으며 살아왔음을 인정합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하느님께서는 저희 눈을 비추시어 종살이 하는 저희를 조금이나마 되살려 주셨습니다.” 라는 고백에서 “정녕 저희는 주님의 종입니다.” 라고 외치고 있고요. 복음에서는 열두 제자에게 질병을 고치는 힘과 권한을 거저 주시면서, 그 직무를 하게끔 이끌어주십니다.
실로 엄청난 선물을 그저 베풀어주시는 모습을 바라보며, 우리는 항상 당신께 무언가를 받고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알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닫게 됩니다. 기도를 시작하면 먼저 회개라는 첫 과정을 지납니다. 그러면서 빛이신 당신을 보면서 나의 그림자, 나의 어두움이 보이면서 그것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가 보게 해줍니다. 그러면서 당신의 빛을 닮아 살고 싶다는 열렬한 희망이 나를 일깨워줍니다. 그런 바람과 희망이 나 자신을 예수님처럼 살게 해주는데요.
이제껏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의 이끄심을 조금씩 체험하였습니다. 이 무상의 선물을 받으며, 그저 베풀어 주심에 감사하면서 나는 무엇을 내놓을 수 있을까? 여겨볼 때, 주님께서는 더 큰 은총으로 우리를 이끌어 주실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