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 마리아 모후 기념일

2013. 8. 22. 오후 5:31:22

글자

동정 마리아 모후 기념일

벌써 오래 전의 일이 되었습니다만, 신학교에서 학장님도 하시고 나중에 가톨릭 대학교 총장님도 하신 분과 함께 한 본당에서 있을 때 해주신 이야기입니다. 수녀님들도 계시지만, 서원을 하면 얼마나 행복합니까? 마찬가지로 서품을 받고 난 새 신부님의 얼굴은 마치 천사와 같습니다. 물론 저처럼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습니다만 기쁠 수 밖에 없지요. 그동안 해 온 자신의 노력도 기특하겠지만, 주님께서 불러주셨다는 그 기쁨은 어떤 것과 견줄 수가 없지요. 그렇게 서품을 받고 난 새 신부님 가운데 한 분이 주교님을 찾아가 면담을 신청했답니다. 가서 이렇게 말을 꺼냈답니다. “주교님 저 이제 관두겠습니다.” 서품 받은 지 며칠 되었다고 관둔다니요? 깜짝 놀랄 일입니다. “아니 왜 그러나?” “원래부터 신부님이 되길 바랬던 사람은 제가 아니라 어머니의 소원이었습니다. 이제 어머니 소원도 들어드렸으니 이제 저는 제 인생 살겠습니다.” 이렇게 어이 없는 일이 어디있겠습니까? 자기 인생 10년을 낭비한 것은 물론이고요. 교회도 어렵사리 인재를 키워놨는데 이렇게 안타까운 일이 어디있겠습니까? 이 사건 이후로 학교에서는 강제적인 성소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노력했다는데요.

오늘 독서의 입타가 그런 짓을 저지릅니다. 하느님의 뜻과는 상관없이 자기 뜻대로 뭔가 약속을 내겁니다. 하지만 일은 뜻하지 않게 돌아가서 딸을 잃고 말지요. 예전에 같이 있던 식복사님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동안 자신의 기도가 거의 다 이루어졌답니다. 얼마나 기뻤겠습니까? 그래서 내친김에 아들이 둘 있었는데 그 아들이 신부님이 되게 해달라고 빌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그것만큼은 들어주시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고개를 떨구던데요. 아들을 위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은 동정 마리아 모후 기념일입니다. 로마 전례력이 개정되면서 성모승천대축일 8부를 기리면서 오늘 822일을 축일로 지내게 되었는데요. 아까 신부님의 이야기나 독서의 말씀처럼 부르심의 응답은 강제적이거나, 누구의 욕심에서 비롯되어선 안되고 그 자신이어야 합니다. 한 사람의 욕심이 채워졌을 지는 몰라도, 그 누군가는 힘들게 살아야 하는 것을 하느님도 어느 누구도 바라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사태를 보면서 성모님의 응답이 새삼 놀랍게 보입니다. 과연 그 연세에 무엇을 아시고 그렇게 응답하셨을까요? 하지만 진리라는 것은 꼭 이성적으로 나이가 들어서야 아는 것도 아닌 모양입니다. 어린 나이라도 그것이 좋아보이면 자기 자신이 그쪽으로 기울어지니 말이지요. 오늘도 하느님의 혼인 잔치가 시작된 날이었습니다. 그 잔치에 잘 참여하기 위하여 평소 자신을 잘 가다듬어야 하겠습니다.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