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미사
봉성체를 갈 때마다 침대 옆 걸린 달력에 빨갛게 ‘신부님 오시는 날’ 이라고 표시하는 분이 계셨습니다. 피부암으로 부풀어 오른 오른손을 안 보여주시려 애쓰면서도 그 손이 낫길 바라는 분이 계셨습니다. 그 분은 바로 우리들 앞에 누워계신 황복녀 릿다 할머니십니다.
곁에는 사람들이 언제나 있었지만 외로울 수 밖에 없는 요양원의 삶에서 그나마 위로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봉성체, 구역장님의 방문, 그리고 계셨던 침대 옆이 그래도 창문 옆이었다는 사실입니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싶어하셨을텐데 오늘에서야 그런 날을 맞이하셨네요.
당신은 그렇게 철저하게 외로우셨습니다. 홀로사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어르신들의 ‘고독사’ 가 많아지고 있는 요즘에, 우리 릿다 할머니같은 분에게 무슨 말씀을 드릴 수 있을까요? 잠시 숙연해집니다. 우리 같은 신앙인들은 ‘광야체험’을 해야 하고 ‘고독’ 속에서 진정한 하느님 체험을 해야 한다고 가르쳐왔습니다만, 가족도 없이 지낸 이 분께는 그 소리마저 쑥 들어가버리기 때문입니다.
어르신들도 젊은이들도 홀로 살아가는 ‘섬’ 같은 삶을 살다보면, 안 그런척 해보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외로움’입니다. 힘이 있을 때, 돈이 있을 때는 옆에 머물러주지만, 그런 것이 없을 때는 철저히 돌아서 버리는 현실을 보면서 저는 하나의 빛을 발견합니다. 우린 결국 ‘사랑하는 사람’ 이라는 것입니다. 고독이라는 섬에 사랑이라는 다리를 연결할 때 우리가 보고 있는 이런 일은 줄어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릿다 할머니!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것을 견디느라 참으로 애쓰셨습니다. 이제 주님의 품으로 잘 쉬십시오. 저희는 할머니를 위해 기도할테니 할머님도 당신 품에서 이런 일이 없어질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그렇게 기도하는 속에서 다시 만났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