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미사
우리는 지금 떠나가신 이 엘리사벳 어머님의 장례에 와 있습니다. 어머님의 죽음을 보며 문득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두 달 전만 해도 건강하셨는데 투병생활 두 달만에 이렇게 너무나 빨리 가셨다는 소식이 제 마음을 아련하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조선 전기의 진사벼슬까지 하고 세상을 떠난 이홍준이라는 사람이 예전 살아있을 때, 자기의 묘갈명으로 남긴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재주가 없는데다/ 덕 또한 없으니 / 사람일 뿐 / 살아서는 벼슬 없고 / 죽어서는 이름 없으니 / 혼일 뿐 / 근심과 즐거움 다하고 / 모욕과 칭송도 없어지고 / 남은 것은 흙 뿐 /
근심과 즐거움이 다하고 모욕과 칭송이 다하면 남는 것은 흙 뿐이라는 생각이 사실 우리를 두렵게 만듭니다. 모든 것이 허망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마치 교회에서 사순절을 맞이할 때 재를 뒤집어쓰는 예식을 거행하는, 재의 수요일 예식처럼 말이지요. 하지만 그런 것만 있다면 엘리사벳 어머니에게 남는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우리가 믿는 이 신앙이 무슨 필요가 있겠습니까?
현실적인 눈으로 볼 때 그런 것만 보여도 우리에게 남겨진 것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주님의 약속입니다. 우리 모두를 다시 살리시겠다는 약속이, 나중에 다시 만나 것이라는 희망으로 바뀌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모두 그렇게 될 것입니다. 비록 지금 유가족 여러분의 마음은 아프지만, 그 희망이 있기에 영원히 헤어지는 삶이 아닐 것입니다.
가족을 두고 먼저 떠나야 했던 엘리사벳 어머님의 마음이 실은 제일 아프실 것입니다. 하지만 그 아픈 마음을 주님께서 위로해 주실 것이기에 우린 남겨진 삶을 잘 살면서 어머니가 주님의 품에 잘 안길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그것이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유가족 여러분과 교우 여러분! 그렇게 지치지 않는 기도를 해야 하겠습니다.
주님 이 엘리사벳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