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공현 후 월요일. 요한 1서 3,22-4,6;마태 4,12-25
얼마 전 어떤 신부님한테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당신 동기 신부님이 들려준 이야기랍니다. 그 신부님은 현재 신학교에서 성경을 가르치고 계신 분인데요. 사제서품을 받고나서 본당 생활을 딱 한 곳에서만 하신 뒤, 바로 유학을 가셨다가 신학교에서 지금까지 쭉 교편을 잡고 계신 분입니다. 아무래도 본당을 한 곳만 계셨기 때문에, 그 당시 만났던 청년들과 지금까지도 연락을 하신 모양입니다. 물론 그 때 청년들은 모두 중년이 다 되었지요. 그런 가운데 그 교우 중 한 사람을 만났는데 신부님께 이렇게 말하면서 왔답니다. ‘신부님도 신천지에 들어오셔요. 너무 좋아요’ 저는 그 얘기를 듣는순간 갑자기 이런 탄식이 떠올랐습니다. ‘아이고~ 선수를 잘못 골랐구나. 신부를 꼬실라고 해도 신학교에서 성경 가르치는 신부를 꼬실라고?’ 하고요. 당연히 온갖 회유책이 오갔답니다. 솔직히 저는 그 얘기를 들으면서 그 신부님의 슬픔이 느껴졌습니다. 그동안 정을 쌓고 관계를 맺은 사람이, 이제는 이상하게 병이 들었으니 말이지요.
오늘 이런 말씀이 독서에 나옵니다. “하느님을 아는 사람은 우리의 말을 듣고, 하느님께 속하지 않는 사람은 우리의 말을 듣지 않습니다. 이것으로 진리의 영을 알고 또 사람을 속이는 영을 압니다.” 참 진리를 쫓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진 것부터 잘 알아야 합니다. 예전 교리 선생님이 이런 제안을 꺼냈습니다. ‘요새 신천지가 기승이니 이것에 대해 공부를 해서 제대로 처단하도록 하자’ 고요.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공부한답시고, 이단교리에 대해 잘못 공부했다가는 가지고 있던 내 것마저 잃었던 경우가 많았음을 그동안의 교회사에서 볼 수 있는데요. 즉 이단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내가 믿고 있는 것을 우선 제대로 아는 것이 더 필요합니다. 예전 제가 신학생 때 정 추기경님이 오셔서 말씀하시길 ‘교회서적을 많이 읽으라’ 고 하셨습니다. 그 때는 현재 하고 있던 공부도 많았기 때문에 그 말씀이 달갑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보니 이 곳은 전쟁터입니다. 하느님 이름을 드높이는 사람과, 하느님의 이름을 더럽히며 이용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예수님이 이렇게 하셨습니다. “하늘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시며 백성들 가운데에서 병자와 허약한 이들을 모두 고쳐주셨다.” 우선 내가 알고 있는 복음이 어떤 것인가부터 제대로 알아야 하겠습니다. 그럴 때 어떤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바람과 시련은 나의 상태를 알게 해주는 좋은 기회입니다. 우선 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것을 잘 붙잡으면서, 그동안 배웠던 것을 천천히 되새기며 나아가야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