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공현 대축일. 이사야 60, 1-6;에페 3,2-6;마태 2,1-12
찬미 예수님. 일주일 동안 교우 여러분 안녕하셨습니까?
질문 하나 드릴까 합니다. ‘여러분은 누구를 제일 좋아하십니까?’.. 이런 질문을 하면 대다수가 가족이다, 애인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을 대답하십니다. 하지만 그 답은 틀렸습니다. 왜냐고요? 제 질문은 생각보다 원색적이고 사실적인 답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다시한번 질문하겠습니다. ‘여러분은 누구를 제일 좋아하십니까?’... 앞에서 틀렸다고 했으니까, 아까 답이 아닌가? 싶어서 답을 바꿔봅니다. 하느님, 예수님, 성모님 다 나옵니다. 제가 신부니까 그런 답을 원하는가 싶어서지요. 하지만 그 답도 아닙니다. 그럼 뭘까요? 여러분은 누구를 제일 좋아할까요? 사실적인 답을 원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여러분이 진짜로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누군가 하면 바로 ‘내 말 잘 들어주는 사람입니다.’ 가족도 친지도 애인도 어떤 때는 내 말을 듣지 않습니다. 하지만 내 말 잘 들어주는 사람은 항상 내 편이라고 믿기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 됩니다. 어때요? 맞습니까?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하느님도 그렇게 여겨왔을 지 모릅니다. 하느님은 내 기도를 잘 들어줘야 하고, 소원도 잘 이뤄져야 한다고요. 예전 이스라엘 사람도 그렇게 여겼을 것입니다. 그런데 성탄이 찾아오고 구세주가 왔답니다. 그런데 여기 구유 안을 들여다 보십시오. 냄새나는 마굿간에 아기가 하나 자고 있습니다. 여러분 솔직히 얘기해보죠. ‘이게 구세주야?’ 하는 생각 들지 않습니까? ‘이 애기가 뭘 할 수 있는데?’ 하느님은 내 말을 잘 들어줘야 한다고 여겼는데 가끔 기도가 내 예상대로 되지 않아 애 먹으신 분들 계실 것입니다. 그럴 때 세상은 우리에게 가르침으로 다가옵니다. 그 가르침이란, ‘아~ 나는 그저 부족한 한 사람에 불과했구나’ 하는 가르침입니다. 어제부로 예비자가 55명이 입교했습니다. 사실 그분들은 주님에 대해 잘 모릅니다. 하지만 알고자, 믿고자 하는 바람이 본인을 살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린 어떻습니까? 이미 몇 십년이 지났어도 아직도 얼마나 믿어야 할지 모르는 분들이 많이 계신데요. 마치 이방인이었던 동방박사들은 주님께 경배하러 왔지만 실제 가야했던 이스라엘 사람들은 오지 않았던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뭘까요?
내 말을 들어주러 오신 것이 아니라 당신 뜻을 보이시기 위해 오신 것을 보며 이제는 나의 생각을 더 내려놔야 하겠습니다. 그래야 1독서처럼 “이것을 보는 너는 기쁜 빛으로 가득하고, 너의 마음은 두근거리며 벅차오르리라” 는 말씀처럼, 그분의 오심이 나에게 어떤 빛으로 다가오는 지에 대해 현실감 있게 다가올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