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미사
문득 예전에 읽었던 시가 생각납니다. 이진선 시인의 ‘아버지의 모습’ 이라는 시입니다.
누런 가을 논에서 벼를 베었지
꿈틀대며 기어 나온 뱀
낫에 걸려 두 동강이 되었지
아니, 그건 발이 있는 용이었네
불길한 예감
맞아! 아버지가 용띠지
아침 일찍 안부 전화 하였지
아무 일 없다는 어머니 목소리
가슴을 쓸어 내렸네
외손주들 보고 싶어
큰언니 집부터 막내인 나의 집까지 오신 아버지
하얀 백발,
거미발 같은 손가락,
얼굴엔 주름이 그물을 짰고
마른 어깨 쭉지엔, 힘들었던 세월이 얹혀 있었지
다정했던 아버지의 뒷모습
일주일 후
다급한 전화벨 소리, 떨리는 음성
애기 들쳐 업고 달려간 응급실
하얀 까운 속 누워 있는 아버지
평화롭게 주무시는 듯한 모습
마지막이었네
가슴이 휑하니 뚫렸네
49재 날 아침, 늦잠을 잤지
또, 꿈을 꾸었네
평소처럼 환하게 웃으시며 자전거 끌고,
대문 열며 들어오시는 아버지
읍내 장에 갔다 오시는 줄 알았네
어디에도
아버지는 없었네
우리 눈 앞에 계신 김영철 스테파노 아버님은 앞의 시처럼 그렇게 갑자기 떠나시고 말았습니다. 갖고 계신 지병이 있으셨지만, 미처 가족들이 준비도 못할 만큼 급작스럽게 떠나셨습니다. 2년 전에 먼저 떠나신 부인을 보고 싶으셨던 것입니까? 남은 자녀들이 엄마와 헤어진 슬픔도 채 가시지 않았는데, 또 한 번 이별의 슬픔을 맛보게 하시려는 아버님의 그 뜻은 무엇입니까? 부인을 대신해서 진명이와 진선이가 결혼하는 것도 보셨어야지요. 행복하게 자기 앞 길 열심히 가는 거 뒤에서 지켜보셨어야지요. 이제 두 남매, 누굴 보고 의지하며 살라는 것입니까?
저는 아버님의 떠나심을 보면서, 문득 제자들을 두고 승천하신 주님이 떠올랐습니다. 아직 배워야 할 것도 많고, 알아야 할 것도 많은 제자들을 놔두고 올라가신 당신의 마음도 편치는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떠나야만, 제자들이 세상에 나가, 복음을 전파할 수 있다는 것을 당신은 아셨는가 봅니다. 당신과의 이별은 가슴 아픈 일이었지만, 그 헤어짐이 오히려 제자들을 키워냈던 것을 보면서, 저희는 김 스테파노 아버님의 이별방식을 더 이상 원망하지 않겠습니다. 오히려 자녀들을 사랑하기에 행하신 결정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 비록 얼마간은 아프겠지만 남매인 김 비오와 김 가브리엘라가 더 큰 어른으로 커 나가길 바라는 것은, 여기 있는 우리보다 아버님이 더 바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기 오신 교우 여러분께 기도 부탁드립니다. 김 스테파노 아버님의 영혼구령과 더불어 이들 남매에게도 많은 관심 써 주시기 바랍니다.
주님 김 스테파노 형제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