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안드레아 둥락 사제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묵시 11,4-12; 루카 20,27-40
루카 복음 18장 22절에는 이런 말씀이 나옵니다. “당신이 무엇을 가지고 있거든 그것을 버리고 나를 따르라.” 하나라도 소유해야 하고, 소비해야 하는 우리들에게 당신은 오히려 가지고 있던 것을 모두 버리고 당신을 따르라고 하십니다. 이런 말씀 속에서 오늘 복음에 나오는 사두가이들은 이해가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모든 것을 현실 안에서만 만족을 찾는 사람들이니까요. 그런 사람들에게 교회에서 말하는 청빈과 정결과 순명의 덕을 실천한다는 것은, 생식과 정복이라는 인간의 정상영역을 벗어나는 행위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왜 인간이 가지고 있던 것을 놓아 버려야 하는가?’ 라는 의문은, 너무나 당연해 보입니다. 하지만 내가 처음부터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 그것마저도, 실은 모두 하느님의 것이라면 어떤 생각을 할 수 있을까요? 처음부터 내가 가지고 태어난 것이 어디 있습니까? 나의 재능마저도 실은 그분이 주셨기에 가능한 것인데요. 이런 상황을 보면서 우리가 행해야 하는 실천이 하나 있습니다. 그건 바로 포기입니다. 세상은 포기를 배추 셀 때나 하는 것이라 가르치지만 우린 좀 다릅니다. 포기라는 것은 창조주의 초대와 명령에 따르는 행동이라 하겠습니다. 제대로 된 포기를 할 때, 우린 약속된 삶을 받기 때문 입니다. 그 약속은 바로 구원이지요.
독서에 나온 묵시록의 두 증인이 바로 그 모습을 보여줍니다. “사흘 반이 지난 뒤에 하느님에게서 생명의 숨이 나와 그들에게 들어가니, 그들이 제 발로 일어섰습니다.” 내가 갖고 있던 힘을 뺄 때, 그 분이 하실 수 있는 활동을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그저 나의 것에만 사로잡혔던 것에서 물러나, 그분의 움직임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제대로 된 관찰이 시작되지요. 그 관찰을 통해 하느님의 영역은 우리가 쉽게 생각하는 죽은 자, 산 자를 갈라놓지 않는 모든 이가 당신 안에서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주님은 아브라함의 하느님, 이사악의 하느님, 야곱의 하느님이라는 말로 이미 밝혀 주었다. 그분은 죽은 이들의 하느님이 아니라 산 이들의 하느님이시다. 사실 하느님께는 모든 사람이 살아 있는 것이다.”
기념일을 맞이한 안드레아 둥락 신부님도 그것을 알고 계셨을 것입니다. 본인의 순교가 새로운 삶으로의 초대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올해 우리 본당에서 돌아가신 분이 총 45분이라고 합니다. 적은 숫자는 아닙니다. 우리의 기억이 세월이 지남에 따라 그분들을 잊고 살 지언정, 주님에게는 언제나 살아있는 사람들이라는 말씀은 참 고마운 말씀이라 생각됩니다. 그런 주님을 더 충실히 모셔야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