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31주간 화요일. 필리피 2,5-11; 루카 14,15-24
신학교에는 불문율로 전해 내려오는 말이 하나 있습니다. 그건 바로 ‘신학생 때 모습이, 그대로 사제의 모습으로 이어진다.’ 는 말입니다. 사제로 좀 살아보니 진짜 그런 것 같습니다. 물론 학생 때보다 더 좋아지고 발전되는 모습도 생깁니다만, 실제로 갖고 있던 것들이 그대로 드러나는데요. 여기서 저는 이름만 대면 다 아실만한 분의 이야기를 잠시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 분은 저하고 같이 신학교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아주 친했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 우선 제가 늦은 나이에 들어갔기에, 나이 차이가 났기 때문입니다. 그 때는 형, 동생 사이로 시작했기에 깊게 알기보다는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지나갔던 적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동료 사제의 시각에서 회상하고 바라보니, 그는 학생 시절부터 겸손한 자세와 실천으로 많은 감동을 가지게 만드는 신부님이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어릴 때부터 품행이 착했던 그는 이런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제가 신학교에 들어온 게 정말 하느님의 뜻일까요? 사실 다른 사람을 부르시면서 그냥 같이 끼어 들어간 것은 아닐까요?” 할 정도로 주님의 부르심에 대해 감사하면서 살았습니다. 오늘 독서에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분께서는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하느님과 같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으시고, 오히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들과 같이 되셨습니다.” 처럼 ‘당연하다’ 보다는 ‘감사하다’ 는 겸손된 자세로 어린시절부터 임했던 것입니다. 사실 살면서 자기를 비우고 내려놓기가 얼마나 어렵습니까? 사람이 자기 잘난 맛으로 살고, 그것을 알아주는 맛으로 사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모습인데, 이 분은 특별히 나서지 않지만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켜가는 그런 분이었습니다.
이제는 800여 명이 넘는 서울교구 사제단 속에 쉽게 만나기 힘들 수도 있지만, 현재 특별히 같은 단체에 속해 있기에 그분의 변화될 수 있는 과정을 지켜보는데, 그다지 달라지지 않는 그의 모습에 참 ‘진국’ 같은 사람이구나 하는 것을 느껴봅니다. 저도 이 분처럼 열심히 살고 싶습니다. 그 분의 이름은 수유동 본당을 거쳐가신 송영욱 신부님이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