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 주교 순교자 기념일

2012. 10. 17. 오전 12:37:56

글자

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 주교 순교자 기념일. 갈라 5,18-25;루카 11,42-46

저번 주에 60여 명에 가까운 예비자분들과 한 분 한 분 면담을 다 하였습니다. 아직 세례를 받을 때는 아니지만 우리가 교리를 잘 가르치고 있는 지, 배우며 어려운 점은 없는 지, 혼인문제는 없는 지, 그 밖에 요구하는 것은 없는 지를 들으면서, 그저 강의만 하고 넘어가던 것을 일대일로 만나 면담을 하다보니 그동안 마음에만 품고 있었던 생각들을 말씀하시던데요. 어떤 연세 지긋한 분께서 제가 드렸던 고해성사를 잘 보게 하는 성찰표 100가지가 적힌 용지를 보여주시면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런 것이 필요했습니다. ‘주일을 거룩하게 지내라’ 하면 그저 미사만 나오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더 깊게 들어갈 수 있게 가르쳐 주어 감사합니다.” 라고요. 저는 기뻤습니다. 제가 만든 것에 대해 감화를 받았다는 사실보다, 이런 진리가 믿지 않았던 사람에게도 통한다는 사실을 보았으니 말입니다. 돌 같았던 마음을 울렸으니, 주님이 계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는데요.

  오늘은 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 주교 순교자 기념일입니다. 매일미사 영성체송에 보시면 잘 나와 있지만 자신의 순교를 성체의 신비와 결합시키며 이런 말을 합니다. “저를 맹수의 먹이가 되게 버려두십시오. 그것을 통해서 제가 하느님과 만날 수 있습니다. 저는 하느님의 밀이니 맹수의 이빨에 갈려서 그리스도의 빵이 될 것입니다.” 순교를 통해 주님의 몸이 되겠다는 말을 들으며, 성찰을 잘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그 형제님의 목소리 속에서, 자신이 가졌던 막연한 생각을 죽이면서 더 확실한 것을 얻게 되었다는 것이, 또 한 명의 순교자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이 그저 갖고 있던 것을 놓고, 이제는 주님의 방법대로 살겠다는 의사표현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독서에 이런 말씀이 나옵니다. “그리스도 예수님께 속한 이들은 자기 육을 그 욕정과 욕망과 함께 십자가에 못 박았습니다.” 자기가 가져왔던 것들을 죽이고, 새로움으로 가려는 마음자세는 그저 의지만 갖고는 되지 않습니다. 그 분의 영을 입어야지요. 그 영이 오시는 것을 응하고 받아들여야만 가능합니다. 알렐루야에도 나옵니다. “내 양들은 내 목소리를 알아듣는다.” 그 분의 목소리는 어제도 울렸고 오늘도 울리고 있습니다. 그럼 나는 어떻게 응하고 있습니까? 갖고 있던 악한 것들을 십자가에 매달 수 있는 용기를 달라고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그래야 사니까요.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