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27주간 목요일. 갈라 3,1-5;루카 11,5-13
제가 아는 사람 중에 10년 동안 시험을 준비한 어떤 사람이 있습니다. 그동안 여러 난관도 겪고, 시험을 위해 젊음, 시간, 그 모든 것을 다 쏟아 부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모든 것이 무너진 듯한 느낌을 받은 그는, 사람도 필요없고 오직 하느님만이 자신을 구원해 줄 것이라는 생각으로 가득찹니다. 누군가의 손길도 겁이 나고, 핸드폰에 뜨는 전화번호를 봐도, 자기를 비웃을 사람이 아닐까 싶어 받지도 않는데요. 그럼 이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의외로 우리 곁에는 실패한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시험, 사업, 연구 등 열심히 했지만 결과는 참으로 쓴 광경을 많이 봅니다. 이럴 때 당사자는 자꾸 숨어들고, 지켜보는 이는 안타까워만 합니다. 물론 자신이 힘을 키워 다시 일어난다면 얼마나 다행이겠습니까? 하지만 사람마다 다릅니다. 쉽게 털고 일어서는 이가 있고, 자기 마음의 상처만 계속 쳐다보면서 피딱지를 뜯어내는 통에, 새 살이 나는 게 더뎌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 어떤 이는 말할 때는 괜찮은 것 같은데, 절박한 상황에 몰리면 깔려있던 상처가 올라오는 이도 있습니다. 오늘 이런 말씀이 나옵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찾아라. 너희가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 누구든지 청하는 이는 받고, 찾는 이는 얻고, 문을 두드리는 이에게는 열릴 것이다.” 고요. 그런데 내가 찾고 청하는 것이 어떻게 드러납니까? 하늘에서 뚝 떨어집니까? 아니지요. 바로 주위 사람들의 손을 통해서 주님의 뜻이 이뤄집니다.
창세기에 보면 하느님이 만물을 창조하시고 사람에게 복을 내리며 말씀하십니다. “자식을 많이 낳고 번성하여 땅을 가득 채우고 지배하여라. 그리고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을 기어다니는 온갖 생물을 다스려라.” 글자 그대로만 보자면 세상을 정복하라는 말이 됩니다. 그래서 서양의 세계사가 남의 나라, 동식물 할 것 없이 침략하고 정복하는 데 소진을 다 했습니다. 그게 하느님의 뜻인 줄 알고요.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그런 뜻이 아닙니다. 인간인 우리가 힘 닿는 데로 동식물이나 남의 나라 사람들까지 도와주라는 말입니다. 여기의 다스림은 서로 사는 데 도움을 주라는 뜻입니다. 복음에 비유를 보면 우정만으로는 빵을 주지 못한답니다. 귀찮다고요. 하지만 이 우정을 넘어서려면, 당신의 영을 받은 사람들이 어떻게 어려운 이를 도와줄 것인가에 따라, 그들이 청한 것이, 찾은 것이, 두드린 것이, 참으로 현실로 바뀌게 됩니다. 성령으로 시작하여 육으로 마치지 않으려면 옆의 사람들을 어떻게 봐 줄 것인가? 이것이 중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