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28주일미사. 지혜서 7,7-11;히브리 4,12-13; 마르코 10,17-30
제 게 면담요청이 들어오면 가끔 묻는 질문이 한 가지 있습니다. “평소 기도생활을 어떻게 하십니까?” 라는 질문입니다. 그러면 대다수 분들이 ‘요사이 어떠어떠한 기도를 합니다.’ 하면서 기도를 한 것을 쭉 나열하십니다. 사실 제 질문을 하는 요지는 이것이었습니다. 여러분들이 지었던 반복된 문제와 평소 하던 기도생활과의 연결이 어떤 문제가 벌어졌는 지, 알고 싶어서였습니다. 그렇습니다. 대다수분들이 기도와 삶이 다릅니다. 기도는 잘 해놓고, 어떤 문제에 봉착하게 되면, 보통 믿지 않는다는 사람들처럼 처리합니다. 그게 제일 빨라 보이니까요. 남들도 다 그렇게 한다니까요. 그럼 우리는 왜 이 신앙생활을 하는 것일까요?
여러분이 잘 아는 지혜로운 왕이 있었습니다. 맞습니다. 솔로몬입니다. 그런데 솔로몬이 처음부터 죽을 때까지 지혜로운 왕이었습니까? 물론 처음에는 그랬습니다. 역대기 하권 1장에 보면 솔로몬은 꿈에 하느님을 만납니다. 거기서 “내가 너에게 무엇을 주기를 바라느냐?” 는 물음에 그는 “저에게 지혜와 지식을 주시어, 이 백성을 이끌어 나갈 수 있게 해 주십시오. 누가 이렇게 큰 당신 백성을 다스릴 수 있겠습니까?” 라고 응답합니다. 그러자 하느님은 기뻐하시면서 “네가 그러한 마음을 품고 부와 재물과 영광을 청하지도 않고, 너를 미워하는 자들의 목숨을 청하지도 장수를 청하지도 않고, 내가 너를 임금으로 세워 맡긴 내 백성을 다스릴 지혜와 지식을 청하였으니, 너에게 지혜와 지식을 주겠다. 거기에다 또 부와 재물과 영광도 주리니 너와 같은 임금은 네 앞에도 없었고, 네 뒤에도 다시 없을 것이다.” 하십니다. 그저 백성을 잘 다스릴 지혜를 달라고 했을 뿐인데, 그런 마음을 갸륵하게 보신 하느님은 덤으로 부와 재물도 주십니다. 그래서 남방여왕이 찾아올 정도로 그의 지혜는 놀랍게 됩니다. 하지만 말년은 어땠습니까? 다른 나라와 결혼정책을 펴면서 그의 왕비가 된 여자들에 의해 그의 지혜는 흐려집니다. 그 여자들로 인해 그랬다기보다, 지혜롭게 한답시고 폈던 결혼정책이 오히려 화근이 되어 하느님과의 관계가 멀어진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스라엘은 끝내 남과 북으로 갈라지게 되지요.
여러분은 기도를 어떻게 하십니까? 1독서에 이런 말씀이 나옵니다. “내가 기도하자 나에게 예지가 주어지고, 간청을 올리자 지혜의 영이 나에게 왔다.” 기도를 통해 주님과 관계를 맺는 장면입니다. 그 관계를 통해 그는 올바로 살았을 것입니다. 이에 주님은 선물로 금보다 더 한 것을 주십니다. 바로 지혜입니다. 잘 분별하면서, 무엇을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할 지에 대한 판단입니다. 아무리 힘이 있고 재력이 많다한들, 자기를 조절하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 힘을 좋은 데 써야할 지, 말아야 할지 알지 못한다면, 아무리 부자라 해도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래서 2독서에 이런 말씀이 나옵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살아있고 힘이 있으며 어떤 쌍날칼보다도 날카롭습니다. 그래서 사람 속을 꿰찔러 혼과 영을 가르고 관절과 골수를 갈라 마음의 생각과 속셈을 가려냅니다.” 지혜를 통해 참된 마음을 가려낼 수 있습니다. 오늘 나온 부자청년은 예수님의 모습이 보기 좋아보였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그동안 계명도 잘 지켜왔다고 은근히 자랑도 합니다. 하지만 그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에게 부족한 것이 하나있다. 가서 가진 것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어라.” 여기서 그가 힘없이 돌아선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저 가지고 있던 재산을 남에게 줘야 한다는 차원만은 아닙니다. 문제는 예수님을 따르기보다, 세상의 법칙을 더 신봉하고 있던 자신의 한계를 보았고 이런 도전에 대하여 이를 넘어설 힘이 없었기에 오히려 세상의 것을 선택하면서 끝내 주님을 따르지 못하는데요.
사랑하는 목동 본당 교우 여러분!
우리는 매일 도전을 받습니다. 그 도전이란 어떤 것이 옳은 지를 알면서도 행하지 못하는 나의 한계입니다. 이제 그 한계를 넘어, 부활하는 삶으로 옮아가게 해달라고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그것이 지혜의 소리에 응답하는 자세입니다. 여러분은 기도하면서 그것을 매일 체험하셔야만 합니다. 그럴 때 그저 약하고 보잘 것 없었던 내가 새롭게 일어서는 것을 보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혜의 영은 안타깝게도 포인트 적립이 되지 않습니다. 지혜의 영을 지금 갖고 있다고 영원한 내 것은 아닙니다. 한 순간에 사라질 수 있는 바람과 같습니다. 솔로몬처럼 말이지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매순간마다 그 분을 부르시고 주님의 영이 날 채워지게 해달라고 기도하십시오. 그 순간이 계속 이어지고 채워질 때, 기쁨의 순간도 길어질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