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미카엘, 성 가브리엘, 성 라파엘 대천사 축일.

2012. 9. 28. 오후 11:2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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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미카엘, 성 가브리엘, 성 라파엘 대천사 축일.다니엘 7,9-14;요한 1,47-51

요한 복음 13장 1절에 이런 말씀이 나옵니다. “파스카 축제가 시작되기 전,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에서 아버지께로 건너가실 때가 온 것을 아셨다. 그 분께서는 이 세상에서 사랑하신 당신의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셨다.” 전 이 구절 마지막에 나오는 “이 세상에서 사랑하신 당신의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셨다.”는 것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그냥 보기에는 오늘의 축일말씀과는 별로 상관이 없어 보일 수 있습니다만 하지만 연관이 있습니다. 특히 저 같은 사람이나 수도자들, 여러 교우분들도 말이지요. 신부님과 수녀님들은 보통이 라면 임지이동을 합니다. 그 곳에 있을 기한이 지났기에 이동을 하는 것입니다. 바꿔 말하면 영원한 사랑보다는 그야말로 유통기간이 있는, 유효기간 속의 사랑이 이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임지발령을 받고나면 어떻게 할까요? 물론 새로운 곳에서 열심히 사목생활을 합니다. 하지만 어떤 교우는 예전의 관계를 계속 맺고 싶어서 찾아옵니다. 그래서 어떤 분은 만나주고, 어떤 분은 잘 만나려 들지 않습니다. 지금 계신 사목자에게 폐를 끼친다고 여기니까요. 저도 그런 모습을 보았고, 구전으로 그렇게 배웠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찾아오시는 것을 그다지 원치 않았고, 좋게 보지는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우린 순례자의 삶으로서 계속 떠나는 삶 속에서 주님을 만나니까요. 하지만 한편 너무 칼처럼 잘라냈던 것은 아니었나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자세가 사실 편할 수 있습니다. 내 입장을 조절하게 되니까요. 하지만 ‘채워지지 않은 그 무언가를 채우려고 어렵게 찾아왔던 이들은 이제 또 어디로 가야하는가?’ 하는 의문이 들면서 제가 하고 있었던 사랑의 한계가 있지는 않았는가? 보기 시작했습니다. ‘끝까지 가는 사랑’ 을 하신 주님, 물론 당신이 택하신 제자였기에 끝까지 사랑할 수 있었겠지만, 한편 우리는 ‘내가 가진 사랑에는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는 생각으로 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도 이런 생각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드는 생각일 것입니다.

  오늘 대천사 축일을 맞이하면서 ‘나는 과연 그 누군가의 천사가 되어주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우릴 덮칩니다. 본인이 가진 사랑의 한계를 본 적이 있습니까? 제 경우에는 이런 한계에 부딪힙니다. 사제관으로 전화가 옵니다. 당연히 그 분은 제가 신부인지 알고 전화를 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 분이 누군지를 모릅니다. 그분이 그냥 ‘저는 신자인데요.’ 하고 바로 자기 이야기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모든 전화가 그렇듯이 자기를 밝히면서 시작을 해야 얘기가 잘 이어집니다. 하지만 본인에 대해 전혀 밝히지 않고, 그분은 자기가 필요로 하는 것만을 듣고 싶어합니다. 이는 사랑의 부정적인 면이라 하겠습니다. 사랑은 관계이지, 필요한 것만을 대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저도 열심히 상담하고픈 마음이 떨어집니다. 이는 대다수의 신부님들이 겪는 곤란 중에 하나입니다. 물론 밝히고 싶지 않는 면도 있겠지요. 하지만 이런 것 아십니까? 우리가 부딪히는 문제는 매번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정된 고해 신부님을 정해놓고 고해를 하다보면 매번 같은 문제에서 헤어나올 수 있습니다. 그 신부님은 그 문제를 이미 알고 있고, 그동안 어떻게 이겨나가려 했는가를 알고 있기에 분명 다음 단계로 인도할 것입니다.

사랑은 관계를 통해 발전됩니다. 그저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만을 찾다보면 처음에는 이뤄진 것 같지만, 다음 단계와 연결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면 새로운 분을 만나 처음부터 또 얘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아야 하겠습니까? 우리에겐 그동안 좋은 제도들이 있어 왔습니다. 대부, 대모, 후견인, 영적 멘토 등 나를 도와줄 만한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역할을 이미 하고 있는 분도 계십니다. 이런 역할을 하는 분이라면, 자기가 가졌던 사랑을 키워 갈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필요만 원하는 이들을 대하는 방식도 분명 달라져 갈 수 있습니다. 사랑이 가진 부정적인 면을 통해 내가 가진 사랑의 한계를 키워가는 데 도움이 될 테니 말입니다. 

마태오 5,46에 보면 "너희가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들만 사랑한다면 무슨 상을 받겠느냐? 세리들도 그만큼은 하지 않느냐? 너희가 자기 형제들에게만 인사를 한다면 남보다 나을 것이 무엇이냐? 이방인들도 그만큼은 하지 않느냐?" 하십니다. 우린 그런 선을 넘어야만 합니다.

우린 모두 살아있는 천사들입니다. 주님의 빛을 받아 그것을 알려주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내일도 그 다음 날도 끝까지 가는 사랑을 하는 천사가 되시기 바랍니다.

댓글 1

  • 2012년 10월 13일 오후 4:18

    제가 살아있는 천사임을 깨우쳐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