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

2012. 9. 15. 오전 12: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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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

이번 달 1일부터 토요일마다 성모님에 관한 기념일이 거듭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토요일에는 특별한 강론을 하겠다는 약속을 드렸기 때문에 저번 주에는 ‘들음’에 대해 말씀 드렸다면, 오늘은 오늘 복음에 비추어서 ‘자기를 잘 보는 방식’에 대해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오늘 복음에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히실 때, 어머니에게 “여인이시여,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하면서 자신의 상태를 드러내십니다. 물론 성경에는 다 나오지 않지만 이를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은 여러분도 짐작하실 것입니다. 말도 안 나오는 기막힌 상황이지요. 하지만 여기서 성모님이 우리와 다른 점이 있었다면, 그저 자신의 슬픔 안에서만 가로 막힌 삶을 살지는 않았다는 것인데요.

대다수 사람들이 수도자에 대해서 막연한 동경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삶과 전적으로 다를 것이라고 기대를 합니다. 그리고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가 사실을 알게 되면 놀라워합니다. 본인들과 비슷하다는 사실에 말이지요. 그렇다면 비슷하다는 것이 과연 실망스런 일일까요? 러시아 작가인 도스토예프스키가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참된 수도승이란 모든 사람과 다르지 않아야 한다.’ 하고요. 오히려 독신으로 살면서 인생을 바라보는 방식에 따라 수도자가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데요. 제의, 긴 수단, 수도복이 성직자, 수도자로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일관된 목적의식을 가지고 인생의 특별한 비전을 구체화 할 때, 내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가 보이기 때문입니다.

십 여년 전 어떤 수녀원에서 그동안 입고 있던 수녀복이 활동하기에 불편하고 거추장스러워서 이를 바꾸는 것이 어떨까? 하고 자체 설문조사를 했답니다. 하지만 한쪽에서 반대가 나왔답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반대를 했다는 사람들은 이제 들어온 지 2~3년 된 얼마 되지 않은 수녀님들이었답니다. 그야말로 수녀복 때문에 입회를 한 것입니다. 실상 자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옷은 아닌데 말이지요. 수도회 뿐 아니라 재속회, 신심단체인 레지오가 살기위해서는 나름의 규정을 가집니다. 물론 이 규정이라는 것이 처음부터 자기에게 안 맞기에 적응하기 힘들어 합니다. 그래서 그 규정이 꼭 필요한가에 대해 처음부터 방어적으로 대합니다. 그러면서 내가 가진 신념을 열렬하게 합리화 합니다.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자만심입니다. 내가 옳고, 내 의견이 정당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데에 관심이 있을 뿐, 진리를 발견하는 데는 흥미가 없습니다. 이건 신앙의 여정에서 모든 이가 겪는 공통적인 경험입니다. 그러면서 더 나쁜 것은 그런 불순종의 태도를 변명하기 위해서 종교적인 신념을 끌어당깁니다. 그러면서 그야말로 ‘전통에 충실한’ 안전상태를 보입니다. 놀라운 연막작전인 것이지요. 자신의 원래 모습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바라보기보다, 자신의 견해가 교정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데에만 열을 올립니다.

사실 제자들과 성모님, 그리고 당사자인 예수님은 억울한 사람들입니다. 죄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이 사람들은 자신들의 기분을 드러내는데 주안점을 두지 않았습니다. 자기에 대해 방어적으로 사는 것이 더 많은 것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 속에서 점차 안정을 찾아갔고, 하느님의 뜻이 무언가, 그분이 진지하게 들려주는 말씀을 헤아립니다. 이제 자기 자신만을 바라보던 삶에서 타자중심으로 넘어갑니다. 이렇게 타자 중심적인 삶이 되면 예전에 있던 자기 자아를 떠나보내야 하는데요. 그 때를 견디는 것이 실상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래서 예전 편했던 자기 자신으로 돌아오는 사람들도 꽤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면 그야말로 영성생활이 실패가 되는 것이지요.

어쩌면 십자가를 바라보는 성모님의 마음도 처음에는 억울한 자기 자신만을 보았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 십자가가 무슨 뜻인가?, 하느님과 어떤 관계인가 보면서 점차 하느님 중심주의로 넘어갑니다. 그러면서 고통 속에서 하느님이 진정 원하신 것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우리도 십자가 안에서 나를 합리화 하는 것이 아니라, 그분께 나를 녹여낼 때 그게 무슨 뜻인가가 보일 것입니다.

댓글 1

  • 2012년 9월 17일 오전 9:53

    십자가 안에서 나를 합리화 하지 않고 그분께 저를 녹여내는 고독의 시간을 만들어야 겠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