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 학자 기념일. 고린1서 2,1-5; 루카 4,16-30
신부님들에게 가장 힘든 일이 ‘강론쓰기’ 라는 말이 있듯이 저도 강론 쓰는 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분명 제가 어렸을 때 기억으로는 평일미사에 신부님들이 매일마다 강론을 하시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런 좋았던 시절은 이미 지나갔나 봅니다. ㅎㅎ..
몇 년 전 일입니다. 미사시간이 30여 분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강론이 써지지 않았습니다. 워낙 미리미리 하는 성미에, 준비가 철저하게 되어 있지 않으면, 못 견뎌하는 성격이라 저는 당연히 애가 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졸이고 있는데 갑자기 제 머리 안에서 뭐가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꿀같이 달콤하면서, 촌철살인(寸鐵殺人)같은 문장들이었습니다. 전 너무 기뻤고 그 날 미사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느끼길 제가 잘난 줄 알았습니다. 이런 위기를 잘 넘겼으니까 말입니다. 그런 그날 밤에 가만히 누워있는데, 이게 제가 잘 나서 미사를 잘 마칠 수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오히려 하느님이 교우들을 사랑하셔서, 미사에 참석한 교우가 실망하지 않게끔 저를 도구로 쓰셔서, 써지지 않았던 강론이 잘 풀리게끔 만들어 주셨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야말로 시쳇말로 저는 당신의 종이요, 도구였던 것입니다. 그냥 지나가는 말로, 신학적 용어로 종이요, 도구가 아니라 진짜 당신이 필요로 할 때 쓰여야 하는 몸종이었던 것입니다. 그런 사실에 저는 몸을 굽힐 수 밖에 없었는데요.
오늘은 대 그레고리오 교황 학자 기념일입니다. 이 분이 교황을 ‘하느님의 종들의 종’ 이라는 표현을 썼구요. 그리고 590년도에 즉위한 대 그레고리오 교황 즉위 1400주년을 맞이하여,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도 1990년에 쓰신 서한이 있었는데요, 그 제목은 ‘권위는 봉사직이다’ 였습니다. 이처럼 사제직은 권한과 책임을 갖지만, 한편으로 참된 봉사가 되기 위해서는 ‘주님께 의지해야만 살 수 있다.’ 라는 사실을 알게 해주는데요.
오늘 독서에도 “나의 말과 나의 복음선포는 지혜롭고 설득력 있는 언변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성령의 힘을 드러내는 것으로 이루어졌습니다.”고 말하고 있고 주님도 “나에게 기름을 부어주시니 주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 며 그분의 힘을 입어야만 살 수 있음을 보여주고 계십니다. 오늘도 그분의 도움으로 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