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도미니코 사제 기념일. 예레 31,1-7;마태 15,21-28
복자이신 앙트완느 슈브리에 신부님은 ‘사제는 제2의 그리스도이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모든 성사를 집행하는 그 표양에서 그리스도의 모습을 볼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것인데요. 그런데 많은 교우분들은 이런 볼멘 소리를 하는 경우를 들을 수 있습니다. ‘신부님마다 참 성향이 달라요...’ 그런데 다르지 않다면 어떻게 다양한 주님의 모습을 다 보여드릴 수 있을까요?
오늘은 성 도미니코 사제 기념일입니다. 12세기에 사셨던 이 분과 동시대에 사셨던 분이 그 유명한 프란치스코 성인이십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그야말로 다정다감한 분이셨다고 알려집니다. 하지만 그에 반해 도미니코 성인은 의지가 강하고 통솔력이 뛰어나신 분이라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랬기에 받을 수 있는 느낌은.. ‘쎄다’ 라고 여길 수 있는데요. 하지만 쎈 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니지요.
오늘 복음에서 주님의 그런 ‘쎈~’ 경향을 맛볼 수 있습니다. 어떤 가나안 여자가 와서 “다윗의 자손이신 주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라고 청합니다. 그야말로 도움을 달라고 대놓고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주님의 모습은 매정하게 보입니다. 개 이야기까지 거론하며 심드렁한 표정이십니다. 하지만 여자는 여기에 굴하지 않고 “주님 그렇습니다.” 하면서 오히려 인정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주님은 “아, 여인아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 네가 바라는 대로 될 것이다.” 라고 응해주십니다. 마치 차가와 보였던 주님의 모습에서 오히려 그 여자의 절실함을 이끌어내고 계셨던 것입니다. 그냥 단순히 다정다감하기만 했다면 그 여자가 얼마나 바라고 있는 가를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주님의 그런 대응방식이 오히려 그 여자로 하여금, 자기가 바라는 것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객관적으로 보여준 계기가 되었는데요.
많은 교우들이 기도하면서 하느님을 만듭니다. ‘하느님은 이 정도는 해 주셔야 한다. 하느님은 보통 사람들이 말하듯 기도를 들어주셔야 하는 분이다.’ 하지만 내가 부탁을 할 지 언정, 들어주는 것은 그 분의 몫이지, 그분의 판단까지 내 맘대로 끌고 가려는 것은 옳지 않은 자세입니다. 오히려 차갑게 보인 그분의 모습에서 내가 바라는 것이 진정 바라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욕심인지 알게 해주는 것이라면 그분의 모습은 오히려 날 깨워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