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31 주간 수요일. 필리피 2,12-18;루카 14,25-33
오늘은 입동입니다.여러분의 옷차림을 보니 날씨가 추워지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어떻습니까? 옷장과 거울 앞에 서서 한참을 바라보지 않으셨습니까? 성가에는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걱정마시오.’ 라고 되어있지만, 실상 걱정하는 것이 우리의 일상입니다. 뭘 입어야 하지? 두꺼운 옷을 입어? 아니면 얇은 옷을 껴 입을까? 하고 말이죠. 이렇게 옷 하나 입는데도 많은 고민을 하는 우리가 하느님을 따르는데 있어서는 얼마나 고민을 하십니까?
보통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믿는데 무슨 고민이 필요해? 그저 당신의 길을 잘 따르면 되지...’ 하고 말입니다. 물론 단순하게 그분의 길을 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편으로 다시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처음에 믿기 시작했을 때는 단순하게 시작했어도 지금은 ‘예전의 믿었던 그 힘만 믿고 그저 타력으로 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 이런 말씀이 나옵니다. “너희 가운데 탑을 세우려고 한다면 공사를 마칠만한 경비가 있는 지 먼저 앉아서 계산해 보지 않겠느냐? 이만 명을 거느리고 자기에게 오는 그를 만 명으로 맞설 수 있는지 먼저 앉아서 헤아려 보지 않겠느냐?” 옷 하나 입는데도 고민하는 우리가 더 큰일인 탑을 세우고 적을 맞이하려면 당연히 고민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신앙인이라면 당연히 고민하게 되고 누구라도 져야하는 이 십자가를 질 수 있을까? 과연 어떻게 져야 하는가? 에 대해서는 고민없이 안일한 마음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우리 속담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가다가 중지하면 아니 감만 못하리라’ 라고요. 이 길은 십자가의 고통과 부활이 하나로 연결되기에 가다가 중지한다면 부활도 구원도 안 보이는, 그야말로 그것으로 끝이 나는 길이 됩니다. 다른 것에 대해서는 모든 고민을 가지고 잘 해보려 하면서 신앙에 대해서는 그다지 고민없는 시간을 가진다면 앞으로의 신앙생활도 별 볼일 없을 수 있습니다. 내가 져야하는 십자가의 모습을 제대로 바라볼 줄 알 때 우리는 새롭게 거듭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