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30주일 미사
찬미 예수님. 교우 여러분 일주일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예비자 교리를 하고 마칠 즈음에 꼭 물어보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자~여러분. 오늘 한 것에 대해 질문 없습니까?" 그러면 아무 말씀이 없으십니다. 그러면 우스개 소리로 이렇게 덧붙이며 끝냅니다. "질문이 없다는 건 두 가지이죠. 하나는 너무 완벽한 강의였다거나 또는 하나도 모르겠다거나 둘 중 한가지이죠." 그 분들의 솔직한 마음은 이렇다고 합니다. '뭐 아는 게 있어야 하지요~' 물론 질문을 하는 분도 계시지만 대다수가 모르기에 못한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여기서 우린 알 수 있습니다. 질문이란 것도 뭔가 선지식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을요.
오늘 눈먼 거지가 이렇게 부르짖습니다. "다윗의 자손 예수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그는 예수님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었길래 자비를 베풀어달라고 매달리는 것일까요? 여기서 우린 알 수 있습니다. '열려있는 만큼 보고 깨닫는다.' 구요. 여러분은 얼마나 열려있습니까? 혹시 이런 말 들어보셨습니까? '선생은 학생이 준비되었을 때 나타난다.' 고요. 아무리 대단한 실력을 가진 선생님이 우리 동네 왔더라도 내가 그 분야에 관심이 없다면 그 뿐입니다. 그러나 내가 어떤 분야에 대해 목말라 하는 데 뛰어난 선생님이 있다는 말을 들으면, 그 때부터 마음은 버선발로 나가서라도 모시고 싶어하는데요.
1802년. 천주교를 믿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학자 정약용은 강진으로 귀양 갑니다. 귀양 간 그에게 누구도 방을 내어주려 하지 않기에 동네 주막집 방 한 칸을 빌려 머뭅니다. 서울에서 뛰어난 선생님이 왔다는 소문을 들은 열 다섯 살 난 황상이란 아이가 그를 찾아갑니다. 그 아이는 정약용에게 이런 부탁을 합니다. “저는 공부를 하고 싶지만 세 가지 문제점이 있어 공부하기가 어렵습니다. 첫째는 너무 둔하고 둘째는 앞뒤가 꽉 막혔으며 셋째는 답답하다는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정약용은 대답합니다. “배우는 사람에게 문제점이 세 가지가 있다. 그런데 너에게는 그것이 없구나. 첫째. 민첩한 사람은 자기가 총명하다고 생각하는데서 문제점이 생긴다. 한번만 보면 척척 외우는 아이들은 그 뜻을 음미할 줄 모르니 금세 잊고 말지. 둘째. 제목만 주면 글을 지어내는 사람이 똑똑하다고 할 수 있지만 저도 모르게 경박하고 들뜨게 되는 것이 문제지. 셋째로 한 마디만 던져주면 금세 말귀를 알아듣는 사람들은 곱씹지 않기 때문에 깊이가 없다. 만약 니 말대로 정말 둔한 아이가 꾸준히 노력한다면 얼마나 대단하겠니? 둔한 끝으로 구멍을 뚫기는 힘이 들어도 일단 뚫고 나면 왠만해서는 막히지 않는 큰 구멍이 뚫릴게다. 그러자면 그 구멍을 어떻게 뚫어야 할까? 부지런히 해야 한다. 뚫는 것은 무엇으로 해야 할까? 부지런히 해야 한다. 연마하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할까? 부지런히 해야 한다. 니가 어떤 자세로 부지런히 해야 할까? 마음을 확고하게 잡아야 한다.”
열 다섯에 들은 이 가르침을 61년이 지난 임술년에 황상 그의 저서<임술기>에는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내가 이때 나이가 열 다섯이었다. 스승의 말씀을 새기고 뼈에 새겨 감히 잃을까 염려하였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61년간 독서를 폐하고 쟁기를 잡고 있을 때에도 마음에 늘 품고 있었다. 비록 이룩한 것은 없다 하나 구멍을 뚫고 막힌 것을 툭 터지게 함을 지켰다 할 만하니, 마음을 잡고 부지런히 하라는 말을 따랐을 뿐이다. 이제 내 나이가 일흔 다섯이니 주어진 날이 많지 않다. 지금 이후로도 스승께서 주신 가르침을 잃지 않을 것을 분명히 하고 자식들에게도 저버림 없이 행하게 할 것이다."
이런 만남이 스승도 살리고, 제자도 살리는 만남입니다. 그렇다면 우린 주님을 만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오셨고, 그 가르침을 받고 어떻게 변해갔으며, 구원을 얻기 위하여 어떻게 나 자신을 만들어 가십니까? 눈먼 거지가 말합니다. "스승님 제가 다시 볼 수 있게 해주십시오." 그의 간절한 바람이 그를 살립니다. '오직 주님 아니면 안됩니다.' 는 매달림이 기적을 낳게 합니다. "가거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고요. 여러분도 기적을 만나고 싶습니까? 그렇다면 얼마나 열려 있습니까? =잠시 묵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