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31주일

2012. 11. 3. 오후 1:26:35

글자

연중 31주일미사. 신명기 6,2-6;히브리 7,23-28;마르코 12,28-34

 찬미 예수님. 일주일동안 교우 여러분 안녕하셨습니까?

 저는 예전 우리 조상들이 써 놓은 고서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한자를 잘 알지는 못합니다. 그저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엿보는 것이 재미있어서 즐겨보는 편인데요. 그러다가 우리 조상들이 어떻게 공부했는가가 궁금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 두 가지 짧은 단어가 눈에 뜨이게 되었습니다. 하나는 '여박총피법'(如剝蔥皮法) 입니다. 즉 '공부를 하려면 파 껍질 벗겨내듯 해라.' 라는 말입니다. 우리가 대파를 얻는 이유는 사실 뽀얀 속살 때문입니다. 대파의 톡 쏘는 향취는 뽀얀 속살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껍질은 그저 군더더기일 뿐이지요. 하지만 눈에 보이는 퍼런 껍질에만 매료된다면 실제 파를 얻는 이유를 모르는 사람과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공부를 잘 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의 차이는 쓸모있는 것과 쓸모없는 것에 대한 구분을 잘 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되는데요.

 오늘 1독서와 복음, 두 부분에 걸쳐 이런 말씀이 나옵니다. "이스라엘아 들어라. 주 우리 하느님은 한 분이신 주님이시다. 그러므로 너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답니다. 그것도 마음과 목숨과 정신과 힘을 다해서요. 그런데 우리 솔직히 한 번 들어가 보지요. 혹시 성당에 나오는 이유가 이런 것은 아닙니까? 소원을 이루고 싶어서요? 좋은 말씀 들으려고요? 주변 사람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으니까요? 봉사를 통해 남들에게 착한 일을 할 수 있어서요?...

그런데 만약 소원도 안 이루어지고, 좋은 말씀인지도 잘 모르겠고, 주변 사람들과 관계도 안 좋고, 봉사하기도 힘들어질 때, 그 때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여기에 신앙에 대한 주견이 서게 됩니다. 먼저 해야 할 것과 나중에 할 것 말이지요. 공부를 잘 하려면 실마리를 잡아야 합니다. 즉 얽혀있는 실타래를 푸는 단서를 잡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신앙의 실마리는 무엇일까요? 바로 오늘 말씀인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이 그 첫째일 것입니다. 그럴 때 어떤 어려움도 이겨나갈 바탕이 되니까요.

여박총피법에 이은 둘째는 바로 '당구첩경'(當求捷經)입니다. 이 말은 '마땅히 지름길을 구하라.' 는 것입니다. 빨리 갈 수 있는 지름길이 있는데 굳이 먼 길을 돌아서 숲속을 헤맬 필요가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구원의 첩경은 바로 하느님 사랑, 이웃사랑입니다. 그런데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저 눈 앞에 것만 연연하며 그것을 구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서양속담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사람이 빵만을 구하려고 하면 빵도 얻지 못하지만, 빵 이상의 것을 추구하면 빵은 저절로 얻어진다.' 주자도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사람이 이익을 추구하면 이익도 얻지 못할 뿐 아니라 장차 그 몸을 해치고, 의리를 추구하면 이익은 따로 구하지 않아도 절로 이롭지 않음이 없다.' 고요.

  사랑하는 수유본당 교우 여러분.

사실 하느님 사랑과 이웃사랑이 당장 무엇을 가져다주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이런 계명으로 사는 것이 불편하다고 여길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하느님의 마음으로 사람을 대할 때, 이해되지 않았던 그 사람의 마음이 보입니다. 병이 들었는지, 외로운 지, 무엇을 그렇게 세우고 싶었기에 그런 고집을 피우는 것인지 말이지요. 당장 그 사람의 말에 찬동하지는 못할 지라도, 사랑을 해주지는 못할 지라도, 잠시 여겨봐주고 기다리는 자세가 생깁니다. 삶의 우선순위를 먼저 매겨보십시오. 공부란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만드는 과정입니다. 마찬가지로 신앙도 얽혀있던 내 삶을 단순하게 만들면서 평안하게 만들어줍니다. 그러기 위해선 하느님을 먼저 우위에 두고, 그 분의 시각에서 여러 가지를 봐야 하겠지요. 여러분도 그렇게 사시기 바랍니다. 그럴 때 여러분의 삶이 평안해 질 것입니다.

댓글 2

  • 2012년 11월 4일 오후 7:41

    아멘!

  • 2012년 11월 5일 오전 6:54

    하느닝을 내 삶에 중심에 두기!! 흔들링 없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