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성모신심 미사

2012. 11. 30. 오후 10:3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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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성모 신심 미사

  사제관에 있으면 할 것이 많습니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니 다양한 책을 읽습니다. 차를 좋아하니, 차를 마시며 세상과 나 자신을 음미합니다. 건강하게 교우들을 만나려면 적당한 체조도 합니다. 청년들에게 기타를 가르치니 기타연습도 하고, 악보도 그려야 합니다. 교리를 가르치니, 교리서 연구와 요즘 세태와 교회의 동향도 꾸준히 살핍니다. 매일 달라지는 독서와 복음에 맞춰 강론도 준비하려면 시간을 정성껏 할애해야 합니다. 강론은 글솜씨가 아니니까요. 그러다 갑자기 면담하자는 요청에 응하기도 해야 하고요. 가끔 다른 본당 신자에게 면담이나 문의도 받습니다. 자기 본당 신부님에게는 말 못한다면서요. 미사 시간도 때에 따라 왔다 갔다 합니다. 약속된 예정의 강의도 차근차근 준비해야 하고요. 어떤 사목을 해야할 지 방향설정도 해봅니다. 사제관에서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생각보다 하는 것이 너무 많아 보입니다. 그래서 그동안 생활 계획표를 수없이 짜 보았지만 제 맘대로 안되는 것을 알고, 찢어버렸던 적이 참 많은데요. 그러다 이런 업무를 잠시 내려놓고 피정을 갑니다. 피정지에 도착해 지정된 방에 들어갑니다. 자그마한 책상과 의자, 그리고 침대. 그게 살림의 전부입니다. 이렇게 갑자기 새로운 곳으로 가면, 분위기에 적응이 쉽지 않습니다. 뭔가 허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면서 이런 말을 읖조리죠. 이제 뭘 해야하지?’ 사실 해야 한다는 것조차 내려놓아야 하는데, 예전 버릇이 나와서, 피정지에 가서도 뭔가를 하고 싶어하는 증상이 저도 모르게 튀어나옵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있다보면, 오히려 그 공허함이 나를 채우고 있다는 걸 보게 됩니다. 물론 바쁘게 뛰어왔으니 이만큼이나마 왔겠지만, 좀 더 멀찍이 보고 살았으면 좀 더 나은 결정을 할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성모님이 나온 오늘 복음을 들으며 무슨 생각이 떠오르셨습니까? 그녀는 내면의 소리를 듣고, 자기 안에서 일어나는 것을 느낄 준비가 된 여성이었습니다. 공허함이 자신을 채워준다고 말씀 드린 것처럼, 그 시간이 내면의 중심이 생성되고 핵심을 발견하는 시간이 됩니다. 그저 하느님 마음에 들기 위해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라고 외친 것이 아닙니다. 선택한 그 일이 자신의 내면과 일치되었기에 내린 결정입니다. 그러기에 단순히 순종적이고 싹싹한 여자가 아닙니다. 오히려 자기 안에 생동하는 것을 새롭게 발견할 준비가 된 여성이었습니다. 하느님이 자신을 통하여 뭔가 변화를 원하신다는 사실을 느꼈고, 이를 받아들이면서 하느님을 위대한 혁명가로 보고 있습니다. 주님은 우릴 통해 뭔가를 이루려 하십니다. 하느님의 눈으로 본다면, 그동안 애써 살아온 나의 생활도 어찌보면 한낱 지푸라기에 불과할 지도 모릅니다. 왜냐면 나 자신만 봤으니까요. 이제는 그분을 받아들이면서 나를 어떻게 변화시키려 드시는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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