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14주간 토요일.이사야 6,1-8;마태오 10,24-33
제가 신학생 때 일입니다. 당시 신학교는 1,2학년, 부제반을 제외한 3학년부터 6학년까지의 학생들이 4개의 공동체로 각기 나뉘어 살고 있었습니다. 각 공동체는 1년에 한 번씩 회장을 뽑아야 했는데요. 저를 포함해 몇몇이 후보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어디나 그렇듯이 맡겨진 직무를 잘 받아들이기보다는, 어떻게든 도망가려는 사람은 있게 마련입니다. 그 때도 그런 친구가 하나 있었습니다. 학년에 오르면서 작은 직무라도 맡아야 했지만 그 친구는 그동안 마치 미꾸라지처럼 잘도 피해오다가, 드디어 자치회장 후보라는 엄청난 벽에 가로 막히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제 후보연설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동생 신학생들도 앞에 있으니, 당연히 창피하게 못하겠다는 말을 하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자기의 위신도 있으니 말입니다. 그는 연설을 시작했고, 오늘 독서인 이사야 예언서의 말씀을 기반으로 이렇게 외쳐댔습니다. (손가락을 가리키며) “주님 쟤가 있지 않습니까? 쟤를 보내주십시오.”
아마 그 친구는 두려웠던 모양입니다. 직무를 맡고 남 앞에 서야하는 일이 말입니다. 우리도 상황은 다르지만 조금씩 두려움을 갖고 삽니다. 예부터 두려움은 악마가 가지고 있는 최대의 무기라고 말해왔습니다. 그러기에 예수님은 그동안 제자들에게 ‘위선’ 이라는 악에 대해 가르쳐주셨습니다. 위선자들은 실제와 다른 자기 자신을 내보이는 사람입니다. 끊임없이 자신의 행위를 변명하면서 주위 평판에 어긋나지 않게 살려고 합니다. 하지만 얼마나 힘듭니까? 왜 이런 짓을 할까요? 위선의 밑바닥에는 두려움이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이들이 뭐라고 생각할까? 어떻게 쳐다볼까?’ 하는 두려움입니다. 근본적으로 자신이 남에게 사랑받을만한 대상이 못 된다고 여기면서, 모두가 등을 돌려 버릴지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이런 위선이 처음에는 안전함을 준다고 여길 지 모르지만, 실은 참된 자아를 부인했기에 결국 텅 빈 자신의 구덩이로 박혀 버리게 되는데요. 그 곳이 바로 지옥이지요.
이렇게 두려움을 갖는 이에게 당신은 말씀하십니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마라. 너희는 수 많은 참새보다 더 귀하다.” 진정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솔직하게 보면서 나 자신을 당신께 맡겨야겠습니다. 그리고 자신있게 살아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