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12 주간 수요일. 열왕기하.22,8-23,3;마태 7,15-20
자기가 자신을 들여다 볼 때 대다수가 ‘이 정도면 괜찮다’ 하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이 자기 자신에게는 관대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신앙상태도 그런가? 하는 의문이 드는데요. 어제 저는 다른 본당 신자에게서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질문인즉슨 “주모경이 기도가 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속으로 좀 어이가 없어서 “신앙생활을 몇 년 하셨나요?” 물으니 14년을 했답니다. 그러면서 본인이 허리가 아픈데 누워서 해도 되느냐? 는 것이었습니다. 아프면 누워서 할 수는 있겠지만 정성어린 자세는 필요하겠지요. 저는 탄식이 나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럼 14년간 무슨 기도를 바쳤다는 것인지, 미사를 통해서도 주님의 기도를 수 없이 바쳤을 터인데 그럼 그 때 한 기도는 무어라 여겼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에 맴돌면서도 차근차근 정성껏 바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씀드리며 전화를 끝냈는데요.
오늘 독서 마지막에 이런 말씀이 나옵니다. “임금은 기둥 곁에 서서, 주님을 따라 걸으며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그 분의 계명과 법령과 규정을 지켜 그 책에 쓰여있는 계약의 말씀을 실천하기로 주님 앞에서 계약을 맺었다. 그러자 온 백성이 이 계약에 동의하였다.” 마음과 목숨을 다해 그분의 계명을 지키기로 약속한다면 당연히 오늘 복음처럼 “좋은 나무는 좋은 열매를 맺을”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대다수가 자기를 객관화 시켜 바라보지 못합니다. 그저 자기 좋을 데로만 봅니다. 그러기에 자기가 좋은 나무인지 아닌 지 잘 모르는데요.
어제 서울대교구장님 취임미사 때 2독서가 히브리서 5장의 말씀이었습니다. “모든 대사제는 사람들 가운데에서 뽑혀 사람들을 위하여 하느님을 섬기는 일을 하도록 지정된 사람입니다. 곧 죄 때문에 예물과 제물을 바치는 것입니다. 그는 자기도 약점을 짊어지고 있으므로, 무지하여 길을 벗어난 이들을 너그러이 대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사제직, 예언직, 왕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약점 또한 모두 가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앞서 통화했던 자매님도 내용을 들어볼 때, 그런 약한 면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주님이라는 거울에 비쳐 나를 바라본다면 비록 약하고 나쁜 나무라도 변화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회개와 새로운 약속을 통해 더 앞으로 나아가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