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9주간 목요일. 디모테오2. 2,8-15; 마르 12,28-34
예전에 어떤 교우께서 이냐시오 피정을 받게 되었답니다. 아무래도 평신도를 위한 피정이기에 우리가 보통 아는 한 달가량 침묵으로 지내는 피정이 아닌, 생활 중에서 기도하고 묵상한 것을 점검받는 것이어서 기간은 1년 가까이 되는 모양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교우의 고민은 이것이었습니다. ‘신부님~ 제가 그동안 매일 해 오던 기도가 있는데요. 누구누구를 위한 기도를 포함해 여러 기도가 있거든요. 그런데 피정지도 신부님은 이제부터 모든 기도를 끊고 이 기도만 하라는데 어떻게 하죠?’ 라고요. 이냐시오 피정을 하신 분들은 아시지만 하느님의 사랑부터 주님의 온 생애를 묵상하는 긴 기도의 시간입니다. 그래서 저는, 피정 지도 신부님의 말씀에 긍정하면서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맞습니다. 이 피정은 그렇게 해야 됩니다. 참답게 주님의 생애에 모든 관심을 기울여 보다보면, 내가 진정 해야 할 것이 보이는 시간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피정은 자주 할 수 있는 기회의 것이 아니기에, 분명 앞으로의 기도 생활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말씀드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 시간이 너무 감사하다는 느낌을 전해왔는데요. 모든 것이 다 소중해 보이는 시기에 진정 붙잡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모든 계명 중 가장 첫째가는 계명이 뭐냐는 질문에 “첫째는 이것이다. 이스라엘아 들어라. 주 우리 하느님은 한 분이신 주님이시다. 그러므로 너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둘째는 이것이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라고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바오로도 오늘 독서 서두에 “사랑하는 그대여. 예수 그리스도를 기억하십시오. 그분께서는 다윗의 후손으로 죽은 이들 가운데서 되살아 나셨습니다. 이것이 나의 복음입니다.” 진정 가운데를 관통하는 말씀들만 하고 있는데요.
다산 정약용은 자기 저서에서 공부 잘하는 방법을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복잡한 것을 종합해 하나로 살피고 가려운 데를 긁고 헝클어진 머리칼을 빗질하듯 깔끔하게 정리해낸다.’ 이렇듯 공부는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만드는 과정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여러 기도가 다 중요한 듯 여겨지지만 모든 기도 중에 으뜸이 미사인 것처럼 가장 소중하고 우선 순위가 무언지 먼저 살필 때 번잡한 삶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