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11주간 목요일. 성 알로이시오 곤자가 수도자 기념일.
며칠 전이었던 저번 주 토요일. 전례해설단과 함께 피정을 다녀왔습니다. 보통 어떤 단체가 피정을 다녀왔다고 하면,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했으리라 예상을 하지만, 그 날 피정은 그야말로 성경 구절만 앞에 놓은 채, 침묵 가운데 성체 앞에서 기도만 했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솔직히 그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과연 ‘잘 하실 수 있을까?, 버텨낼 수 있을까?’ 하는 기대 반, 우려 반 속에서, 일단 겉으로 보여진 모습은 핸드폰도 반납한 채, 허리를 세우고 조용히 침잠하며 기도에 들어간 모습은, 어쩌면 그런 시간을 기다려왔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였습니다. 우리가 소음에 노출된 삶을 살면서도, 솔직히 조용한 침묵의 시간을 그리워합니다. 그렇게 제대로 잠겨야만 당신을 참되게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침묵에 대해 준비가 덜 되어 있기에, 막상 침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오면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하는 두려움에 떠는 우리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오늘은 성 알로이시오 곤자가 수도자 기념일입니다. 이 분은 신학생으로 살면서 흑사병 환자를 돌보시다가 선종하셨는데요. 학생시절 깊은 성체신심을 통하여 주님에 대해 묵상하신 분이었습니다. 성체를 바라보며 묵상하다보면 “너희는 기도할 때에 다른 민족 사람들처럼 빈말을 되풀이 하지 마라”는 말씀이 자연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즉, 당신 앞에서 별로 할 말이 없습니다. 할 말이 생각나지도 않습니다. 또 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 분과의 만남의 시간 속에서 충만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래도 불안해하는 우리를 위해 예수님께서 주님의 기도를 가르쳐주십니다. 사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하는 지 모를 정도로 많이 하는 기도입니다. 그래서 스쳐지나가듯, 마치 해치우는 것처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작은 이 기도 속에는 엄청난 깊이가 숨어 있습니다. 성녀 대 데레사는 말합니다. ‘이 기도에 나오는 아버지의 나라가 임하시게 해달라고 빌었던 것이, 벌써 이승에서부터 받아 누리고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입니까? 이 행복을 다 알아듣지 못하여도 우리는 이것을 비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당신이 알려주신 기도 속에서 어떤 행복을 찾으셨습니까? 침잠과 침묵 속에서 찾아야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