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 미사 주례
방금 여러분께서는 “따라서 그들은 이제 둘이 아니라 한 몸이다.” 라는 복음을 들었습니다. 각기 따로 살아온 이들이 하나가 되어, 한 몸을 이루는 것을 혼인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아울러 예수님께서는 미사의 성체성사의 신비를 통하여 성체를 ‘주님의 몸’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 몸을 먹으라고, 즉 우리에게 내어주십니다. 마찬가지로 두 사람이 하나가 되는 이 시점은, 서로의 몸을 포함하여 모든 것을 내어주는, 증여가 담겨있는 사랑의 차원이 되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앞에 앉아 있는 신랑, 신부도 그렇게 서로를 내줄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으십니까?
저에게 결혼을 하려는 신랑, 신부들이 와서 “주례를 해 주십시오.” 라고 부탁해 오면, 꼭 물어보는 똑같은 질문이 하나가 있습니다. 그 질문은 “그동안 꼭 사귀진 않았더라도 많은 남자와 여자들을 보셨을텐데, 그 많은 남자 중에서, 그 많은 여자 중에서 왜 하필이면 꼭 이 사람이어야 합니까?” 라고요. 사랑은 느낌이 가는 데로 할 수 있겠지만, 결혼은 인생의 매듭을 묶고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는 중요한 시점이기에 그런 질문을 던졌던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연애기간을 7년가량을 했다는 오늘의 신랑, 신부에게도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그러자 최하늬솔 그레고리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처음부터 이 여자를 만나면서 이 사람과 결혼하고 싶었습니다. 사귀고 나서 한 달만에 결정을 내렸으니까요.’ 보기와 다르게 과감한 결단력이 있어요? ㅎㅎㅎ... 그것도 한 달만에,.. 집요함이 있네요... 그러면서 이런 이야기를 덧붙여 주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서는 발견하지 못한 조세미 캐롤린의 매력을 보면서 꼭 같이 했으면 좋겠다.’ 고요 .... 조세미 캐롤린도 1주일에 3번을 만나는, 7년가량의 시간동안 큰 문제없이, 처음부터 한결같이 버팀목의 역할을 해 준 그레고리오를 보면서, 항상 앞으로도 그런 든든함이 되어줄 것 같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아까 복음에서 우린 이런 말씀을 들었습니다. “따라서 그들은 이제 둘이 아니라 한 몸이다. 그러니 하느님께서 짝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 놓아서는 안 된다.” 고요. 서로가 한 몸이 되고, 서로 힘든 일이 있더라도 갈라지는 일이 없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겠습니까?
우리가 알고 있는 갈멜의 산길, 어둔 밤을 지은, 십자가의 성 요한은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모든 것을 알고자 하는 이는 어떤 지식에도 매이지 않아야 한다. 모든 것을 소유하고자 하는 이는, 어떤 것도 소유하지 않아야 한다. 모든 것이 되고자 하는 이는, 어떤 것도 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모든 것을 가지려면, 어떤 것도 필요함 없이 그것을 가져야 한다.” 고요. 쉽게 말해 이런 것입니다. 그동안 가져왔던 7년간의 연애 기간이 서로를 알게 해주는 좋은 기간이었습니다만 어쩌면 그 기간이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는 데는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즉 ‘너에 대해서 다 안다~’ 고 생각하고 결혼을 했는데, 막상 결혼하고 지내보니, 상대방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서운하거나, 실망한다거나,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하는 식의 생각을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며, 거기서부터 또 다른 문제에 돌입할 수가 있는데요.
사랑하는 신랑 최하늬솔 그레고리오와 신부 조세미 캐롤린, 그리고 여기 와 주신 하객 여러분들
그동안의 세월을 지내면서 서로에 대해 ‘다 안다’ 고 말할 수 있겠지만, 다 알고 있다는 생각조차 내려놓을 때, 예전의 관념과, 기대에서 벗어난, 서로가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랑을 할 수 있습니다. 예전의 7년은 이미 과거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몇 년 동안일지 모르는 해외생활을 하게 될 것이랍니다. 당연히 여건이 달라지기에, 예전에 알던 그 방식대로 서로를 대하다 보면 문제가 생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과거의 삶이 아닌, 현재를 산다면 분명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