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5주일 미사

2012. 5. 5. 오후 12: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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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5주일미사. 사도 9,26-31;요한1서 3,18-24;요한 15,1-8

찬미 예수님. 일 주일동안 교우 여러분 안녕하셨습니까?

여러분께 질문 하나 드리면서 시작하겠습니다. 어떤 사람이 목욕탕에 갔습니다. 그 유명한 이태리 타월을 하나 사서, 물에 불린 몸을 밀어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밀어대면 무엇이 보이기 시작합니까?... 때 라고요? 아니지요. 뽀얀 새 살이 보이지 않습니까? 고해실에서 교우분들의 고해내용을 듣다보면 적잖이 놀라게 됩니다. 왜냐하면, 많은 분들이 자기의 죄 때문에, 자기를 미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자기 죄를 좋아라 하면서 볼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자기에게 그런 면이 있다는 것, 생겨났다는 사실은 사실 씁쓸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그로 인해 어떤 열매가 맺혔는가?’를 보지 않고, 자기가 세운 계획들이 지켜지지 않아서, 바람이 이뤄지지 않아서, 문제가 생겨나서 실망하고, 좌절하고, 자신을 미워하는 것만을 보고들 있는데요.

2독서에 이런 말씀이 나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마음이 우리를 단죄하지 않으면 우리는 하느님 앞에서 확신을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가 청하는 것은 다 그 분에게서 받게 됩니다.” 많은 분들이 계획을 세우지만 그것이 쉽사리 내 맘대로 지켜지지 않아서 슬퍼하십니다. 게을러서건, 상황이 안 맞아서건 말이지요. 그러면 다시 질문을 드릴까 합니다. ‘그럼 여러분이 세웠다는 계획 안에는 누가 들어 있습니까?’ 혹시 나 하나로만 똘똘 뭉쳐져 있지 않습니까? 주님께 이뤄달라는 기도를 하고 나서, 그 다음으로 현실과 마주쳐야만 할 때, 쉽사리 이런 생각을 품습니다. ‘이제 모든 것은 제가 결정하고 제가 실행해야 하니까요, 하느님은 저 멀리 계셔요.’... 라면서 혹시 그 분을 밀어내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이 모든 것을 나 혼자 해결해야 한다고 보면서요.

  오늘 복음에 당신은 “내 안에 머물러라. 나도 너희 안에 머무르겠다.” 하시면서 ‘머물러라’ 는 말을, 오늘 복음에서만 8번 하고 계십니다. 왜 머물라고 하실까요? 사실 우린 열매를 맺어야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 열매가 작가에겐 책이 되겠고, 가수에게는 음반이 되겠으며, 직장인에게는 높은 직급이 되겠고, 엄마에게는 자녀가 되겠지만, 한편으로 우리 신앙인들은 하느님의 은총의 열매가 나만이 표현할 수 있는 나의 언어로, 나만이 하고 있는 나의 행동으로 맺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해야 하는 사람들인데요. 만약 이 모든 것을 자기의 힘으로만 이뤄내려 한다면, 얻었다는 열매도 매너리즘적인 것을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우린 이렇듯 무언가를 이루고 싶어합니다. 자기가 아무리 욕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작은 것이라도 얻고 싶은 것이 우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먼저 무엇이 필요하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오늘 말씀하신 당신과의 머무름의 자세에서 시작됩니다. 머무르기를 잘하려면 현실의 사안에서 잠시 한 발자국 물러나 주님의 시각대로 잘 하고 있나를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온통 나만의 계획으로 뭉쳐져 있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세운 계획마저도 주님이라는 거울에 잠시 비쳐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비쳐진 계획은 나라는 도구를 통하여 주님의 계획이 이뤄진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합니다. 그저 내 생각이었다고 알았던 사실이, 실제로는 그분께서 나를 필요로 하셨다는 사실에 기뻐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참다운 열매가 보이기 시작하는데요. 여기서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는 말씀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열매를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요? 바로 나무도 아니요, 뿌리도 아닌, 바로 가지라는 사실입니다. 그 분의 가지인 우리가, 가장 가까이에서 열매를 보기를 바라는 그분의 배려심을 읽어볼 때, 실로 놀라운 그분의 사랑이 보이지 않습니까? 이렇듯 그분 곁에 머물며 살아갈 때, 참다운 구원의 열매를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랑하는 수유동 본당 교우 여러분.

우리는 하느님의 나라를 보고 싶어합니다. 그저 성경 속에서만이 아니라 현실에서 하느님이 살아 계시다는 사실을 보고 싶어합니다. 그러면 먼저 무엇이 필요할까요? 그 분 안에서 머물러야 합니다. 그 분과 보내는 시간을 더 가져야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더 같이 있을 때 더 큰 사랑을 확인하고, 선수나 예술가가 더 많은 훈련과 연습시간을 가질 때, 좋은 기량과 작품이 나오듯, 우리에겐 당신 안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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