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4주 수요일, 성 아타나시오 주교학자 기념일

2012. 5. 1. 오후 11:58:36

글자

부활 4주간 수요일. 성 아타나시오 주교학자 기념일.

우리가 좋아하는 역사적 인물 중에 다산 정약용이란 분이 있습니다. 이 분은, 18년간의 강진 유배생활 동안 수 백권의 책을 씁니다. 이 양은 한 사람이 베껴 쓰는 데만도 좋이 10년은 걸릴만한 양이랍니다. 그가 유배라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 엄청나고 방대한 분야의 작업이 가능할 수 있었던 배경은, 그의 지식경영방법에 있었습니다. 단계별로 학습하고, 정보를 조직화하여 과정을 단축하고, 메모하고 따져보는 가운데 논쟁하고, 설득력을 키우면서, 핵심을 놓치지 않는 가운데, 모든 분야를 관통하면서 건드렸기 때문입니다. 신앙도 마찬가지입니다. 믿고 싶은 것만, 받아들이고 싶은 것만 보려든다면, 이는 편식된 신앙이 되어 불균형을 이룰 수 밖에 없는데요.

어제 영성체를 해 주는데 손이 어색하고 ‘그리스도의 몸’에 대한 응답도 하지 않는  분이 있어 영해드리지 않고 미사 후에 뵙자고 하였습니다. 4년간 냉담했다는 이 분이, 그럼에도 영성체 하러 나온 이유를 설명하기를 ‘예전 아는 신부님이 먼저 영하고 고백성사를 하라고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자기에게 유리하게 해당되는 것만 끌어오는 논리는 비정상적인 신앙으로 흐를 수 있는데요. 오늘은 아타나시오 주교학자 기념일입니다. 동방, 서방교회를 통틀어 교회의 4대 교부 중 한 사람으로 추앙받는데요. 그는 이성과 철학을 신학과 신앙의 길잡이로 생각하고, 신학자로서 성경과 거룩한 전통에 굳건한 뿌리를 내리며 살아간 인물입니다. 탁월한 재능으로 사리분별과 신념이 강했다고 합니다. 당연히 이런 성품을 사람들이 그냥 놔둘 리 없습니다. 이 사람도 17년간 다섯 번의 유배를 겪으며 니체아 공의회의 결정을 평생 동안 지켜간 사람이었습니다.

복음에서 말씀하십니다. “나는 그분의 명령이 영원한 생명임을 안다.” 교회와 주님의 명령을 순종하는 가운데 진리는 지켜집니다. 그런데 대다수는 이런 원리, 원칙을 지키길꺼립니다. 오히려 따분하고, 어렵다고 여깁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먼저 파 껍질 벗겨내듯 해야 합니다. 파의 톡 쏘는 향취는 껍질이 아닌 뽀얀 속살에서 나오듯이, 쓸모없는 것부터 버릴 때 진정 먼저 먹어야 할 부분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처럼 조용히 따지면서 살필 때, 이것이 영양가가 있는 것인지가 보입니다. 그저 예전에 하던 방식에서만 머물지 말고, 서랍정리를 하듯이 뒤집어엎으십시오. 그럴 때 먼저 해야 할 것이 보일 것입니다.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