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4주일 성소주일.
한 소년이 있었습니다. 일곱 살 난 그 소년은 부모님을 따라 인천에 있는 남자 가르멜 수도회에서 거행하는 미사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 곳에 계신 수사님과 신부님들이 뭘 하시는지 정확하게 몰랐지만, 그분들의 모습은 대단히 커 보였고 하느님을 향해 제단에서 드리는 모습은 경건하다 못해 성스러워 보이기까지 하였습니다. 미사가 끝난 후 한 수사님은 그 소년을 불러 세우더니 이렇게 물었습니다. “너 신부님 되고 싶니?” 그러자 그 소년은 이렇게 대답하여습니다. “아뇨. 자격이 없어서요.” 자격이 없다고 대답한 소년은 20년 동안 좌충우돌한 삶을 보냈고 99년에 신학교에 입학하여 지금에 이르게 되었는데요. 그 때 대답한 “자격이 없어서요.” 라는 말에 지금도 자격이 있다고는 생각하지는 않지만 당신의 은총과 사랑에 감사하며 주신 은총을 잘 받아들이는 생활을 보내고 있습니다.
오늘은 부활 4주일이면서 성소주일입니다. 우리 교우분들은 다른 분들보다 훨씬 열심하신 분들이고, 수녀님들도 계시기에 특별한 강론이나 교리로 메시지를 던지고 싶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린 이미 아마추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사람들이 듣기 희망하고, 그렇게도 궁금해 한다는 제 성소 동기를 꺼내고자 합니다.
저는 그동안 제 꿈을 향해 달려왔습니다. 게다가 당신이 주신 달란트가 최고로 발전되기를 희망했기에 달란트라 믿었던 배우로서의 역량을 키우고자 많은 망설임 끝에 연극극단에서 활동하였습니다. ‘망설임’ 이란 단어를 쓴 이유는 워낙 그쪽 풍토를 잘 알고 있었고 생활이 어려울 것이라는 사정은 뻔히 알고 있었기에 그랬던 것입니다. 2년 여 동안의 시간은 연극인으로서의 역량을 최고조로 올릴 것 같았지만 제 마음 속에는 또 하나의 바람이 불고 있었으니 그것은 부르심이었습니다. 양쪽의 길은 결국에는 어느 쪽 하나를 택할 수 밖에 없는 중차대한 기로에 설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낮에는 수도원을 찾아다니며 면담하고, 밤에는 연습실에서 공연준비를 하는 이중적인 생활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홀로 연습하는 시간이 늘어갈수록 대본 연습보다는 오히려 신앙인으로서의 제 삶이 더 중요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러면서 꿈과 이상을 향하는 욕망을 쫓기보다 그 열정을 가지고 하느님의 일을 하는 것이 더 가치 있게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늦은 나이에 다시 대입을 준비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무겁게 다가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공부는 물론 당연히 기도도 열심히 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5단도 잘해보지 않았던 묵주기도를 학원에 다니면서 15단씩 바쳤고, 성무일도가 뭔지도 몰랐던 저는 성직자들이 시편으로 기도한다는 소리는 어디서 풍문으로 듣고 나서, 시편 150편을 매일 한 편씩 바치며 300일을 묵상하며 매달렸습니다. 그러다 시편 27편에 이르렀을 때 힘을 받는 구절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주님께 청하는 단 하나 나의 소원은 한평생 주님의 성전에 머무는 그것 뿐, 아침마다 그 성전에서 눈을 뜨고 주님을 뵙는 그것만이 나의 낙이라.”는 말씀을 읽으며 ‘내가 진정 원한 삶이 이것이었구나.’ 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신부가 되고나서 서품 성구를 정할 때, 열 처녀의 비유에 나오는 “항상 깨어있어라” 를 택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지금의 시대는 많은 매체와 많은 양의 정보가 쏟아지면서 자기 목소리를 드높이는 시대가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떤 말은 꽤나 권위있게 비춰지고, 어떤 말은 진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욕심이 밑에 깔려있는 것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예수님 시대에도 거짓 예언자가 있었듯이 오늘날에도 그런 거짓예언자들의 정보는 교회 내에도 침투하여 우리를 혼란케 만들고 있습니다. ‘자신은 깨어있다. 이해심이 있고 융통성이 있다.’ 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고집만 강하고 이성적이지 못하며 사랑 없는 행동들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수유동 본당 교우 여러분!
요한 1서에 말씀은 이러했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아버지께서 우리에게 얼마나 큰 사랑을 주시어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리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과연 우리는 그분의 자녀입니다.” 성소주일을 맞이하면서 자녀로서 내가 진정 무엇을 해야할 지 잘 분별하고 선택해야 하겠습니다. 이제 행동으로 옮겨야 할 때이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