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 7 주일미사. 이사야 43,18-25;2고린 1,18-22;마르2,1-12
찬미 예수님 일주일 동안 교우 여러분 안녕하셨습니까?
십 여년간 같은 분야에서 사목을 하신 친한 신부님들 중 한 분이, 좀 늦은 유학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공항에서 간단한 음식을 먹고 차를 마시던 중, 유학 가시는 신부님이 이런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동안 자네들 덕분에 지금까지 잘 살아왔던 것 같아. 마치 중풍병자를 살리기 위해 들 것을 들고 온, 네 명의 동료 덕분에 그 병자가 나을 수 있었던 것처럼 말야.” 라고요. 그러자 옆의 동료 신부님이 이렇게 답했다는데요. “난 자네를 들고 오다가 오히려 내 병이 나았는 걸?” 하면서 화목한 웃음을 지었다는데요. 실제 있었던 따뜻한 이 담화를 들으면서 우리 각자를 들여다보면 각기 치유되기 힘든 지병들이 있다는 것을 봅니다. 꼭 몸이 아픈 것 뿐 아니라 정신과 영혼까지도 말이지요. 그리고 그 병이 어떻게 낫게 되는 지도 깨닫게 됩니다. 복음에 보면 낫기 힘든 병명이 나옵니다. 중풍을 비롯하여 나병, 하혈하는 여인, 등 말이지요. 게다가 요즘에도 참으로 낫기 힘든 고질병이 있습니다. 치매, 당뇨, 루게릭, 자폐, 각종 암 등 말입니다. 이런 병은 혼자서 나을 수 없습니다. 서로의 도움 없이는 치유되기 힘듭니다. 옆에서 도와주고 거들어야 하며, 일으키고 씻기고 먹이는 여러 손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힘들고 귀찮다고 그 손을 거둘 때, 그 사람은 낫기도 힘들지만, 매정하게 손을 거두고 도망간, 나의 영혼도 피폐해져 가는데요. 그렇다면 서로를 어떤 눈으로, 어떤 자세로 사랑하고 계십니까?
사자는 자기 배를 채우기 위해 먹이를 찾아 돌아다니지만, 사제는 하느님의 사업을 위해, 가장 소외되고 가난한 곳을 찾아 헤맵니다. 지금부터 2년 3개월 전인 2009년 12월 1일. 제가 방배동 본당에 오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주임신부님의 도우심과 교우분들의 기도 덕분으로 잘 왔다가 다시 잘 흘러가게 되었는데요. 처음 왔을 때 교우분들게 3가지 약속을 한 기억이 납니다. 첫째는 기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둘째는 강론준비를 잘 하겠습니다. 셋째는 교우분들을 편안하게 해 드리겠습니다. 란 약속을 했었습니다. 그 약속이 얼마나 지켜졌는지는 여러분들이 더 잘 아시겠지만, 지금 돌아보면 후회되는 것만 떠오르고, 여러분을 더 사랑하지 못했음에 대한 아쉬움도 남습니다. 가장 가난한 곳을 찾아 헤매는 사람이기에, 제가 이 곳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했었습니다. 맡은 청년들의 숫자도 다른 본당보다 풍요롭고 잘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활동 위주의 본당 청년들의 기본기를 다지고자 청년교리를 하였었고, 나이가 있는 청년들을 위해 매 달마다 기도모임을 하며 그들의 영신생활을 도왔고, 18개 지구 중에 유독 우리 12지구만 청년연합회가 10년 이상 없었던 것을 새롭게 재건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교우를 돕고, 여러분들은 따라주는 시간은, 그야말로 서로가 서로를 녹여내고 있는 시간이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기 살고 계신 방배동 교우들 스스로가 본당 분위기를 자체적으로 평가할 때 이런 말을 하십니다. ‘조금은 차갑다’ 라고요. 하지만 진실되게 서로에게 다가간다면, 그 진솔함이 오히려 서로를 사랑으로 치유시켜 줄 수 있음을 목격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이런 사랑의 시간은 오늘 복음 마지막 구절에 나온 “이런 일은 일찍이 본 적이 없다.” 는 경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당연하다는 눈빛을 가질 때 어떤 기적도 새롭게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감사의 눈빛으로 바라볼 때, 모든 것은 사랑과 놀라움의 차원으로 돌입하는데요. 오늘 2독서에 이런 말씀이 나옵니다. “그분께서는 늘 “예!”만 있을 따름입니다.” ‘예’ 라는 답은 강한 긍정입니다. 그러기에 기존에 갖고 있던 자신의 어설픈 지레짐작을 뛰어넘습니다. 예~라는 답은 지금도 이어지기에 교회라는 신앙공동체가 형성될 수 있었고, 사랑으로 서로에게 관심을 보여주는 우리가 되어갔으며, 저도 새로운 소임지로 가게 되었습니다. 모든 물은 시내와 도랑을 거쳐 강과 바다로 흘러가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저도 흘러가겠습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 오실 분은, 이 곳에서 여러분과 함께 머물러 주실 것입니다..... 앞으로 계속 잘 살겠습니다. 여러분도 여러분의 위치에서 잘 살아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