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미사 강론
오늘 우리는 고정자 세실리아와의 마지막 시간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로사리오 대학, 다솜 편집부, 성가대 등 열심한 활동을 하셨던 터라, 여기 계신 분들께서는 더 각별한 마음이 드실 것이고요. 특히 유가족분들께서는 어머님의 투병생활을 지켜보시면서 그동안 여러 준비도 해오셨다는 말씀도 들었습니다만, 그래도 이렇게 가셔야 했는가? 하는 마음이 드실 것입니다. 이제는 이별을 해야하는 시점에서, 문득 심순덕 님의 시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가 떠올랐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 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 썩여도 끄떡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외할머니 보고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 없이 소리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어머니에게 투정만 부리며 살았습니다. 항상 곁에 있던 어머니의 아픔은 보지 못한 채, 내 생각만 털어놓기에 바빴습니다. 하지만 그 엄마도 한 때는 꿈 많았던 소녀였고, 아이의 삶에 처음 다가온 친구였으며, 날 위해 그 누구보다도 웃음과 눈물을 먼저 보이신 것은 당신이었습니다. 그런 우리의 어머니들은 세월의 고통을 참고 이기시면서 그 시간들을 겪어오셨습니다.
우리 고 세실리아 어머님은 살아오시면서 우러나오는 어머니의 마음에서 성모님을 모셨고, 어머니의 마음에서 믿음의 시간을 보내왔습니다. 아기 예수님을 받아 안은 성모님의 마음처럼, 그렇게 자녀를 키워 오면서, 또 가정을 꾸려 오시면서, 자신의 고통을 감추려 하신 어머니는 진정 우리들의 승리자입니다.
‘아들을 보고 믿는 사람은 누구나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이 내 아버지의 뜻이다.’ 라는 말씀처럼, 모두 그분을 믿으면 영원한 생명을 얻는 승리자가 됩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이제, 세실리아 자매님을 그분께 맡기며 놓아 드려야 할 때가 왔습니다.
현세에서 겪은 그 고통을 주님의 나라에서 더 이상 겪지 않으셔도 되는 자매님을 생각하며, 주님의 나라에서 편히 쉬시길 목 놓아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주님 고 세실리아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 보편지향기도로 이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