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주기도의 동정 마리아 기념일. 요엘 1,13-2,2;루카 11,15-26
이번 주 월요일부터 휴가를 좀 다녀왔습니다. 개인적으로 한옥을 좋아하기 때문에 전주에 다녀왔는데요. 한옥은 잘 아시겠지만 방음이 되질 않습니다. 옆에 방에서 일어나는 일을 고스란히 들어야만 합니다. 코를 골아도, 떠들어도, 듣기 싫은 잡담마저도 고스란히 받아들여야 하는 인내를 요하게 만드는 집인데요. 그런데 옆에 방에 아기를 데려온 새댁이 왔나봅니다. 아기는 계속 칭얼대면서 엄마를 부르고 있고, 엄마는 그런 아기를 좋아라 받아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아기가 엄마를 부를 때마다 엄마는 더 기쁜 목소리로 아기의 칭얼댐을 받아주고 있었습니다. 물론 남의 아이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이걸 듣느라 힘겨웠습니다만, 듣다보니 이게 엄마와 아이의 관계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는데요.
오늘은 묵주기도의 동정 마리아 기념일입니다. 우리 본당에는 많은 레지오 단체가 있지만 청년단체 중에도 두 쁘레디시움이나 있습니다. 그런데 청년들은 다른 단체는 잘 들어가려 해도 레지오만은 들어가기 힘들어합니다.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이 묵주기도의 단순성 때문인데요. 계속 무슨 주문 외우듯 기도의 반복된 되풀이는, 변화를 좋아하는 젊은이들에게 분명 재미없는 기도입니다. 그런데 이 청년들이 만약 아기를 길러봤거나 낳아봤다면 좀 사정은 달라졌을 것입니다. 엄마를 부르는 반복된 기도가 무엇을 의미하는 지 알았을테니까요. 그만큼 관계속의 사랑은 우릴 성장시켜줍니다. 우리가 무엇을 해야할 지 알려주니 말입니다. 교회 안에는 레지오를 비롯한 많은 신심단체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간혹 자기의 신심단체를 더 우선시 하는 바람에 인상을 찌푸리게도 만드는데요.
오늘 복음에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어느 나라든지 서로 갈라서면 망하고 집들도 무너진다. 사탄도 서로 갈라서면 그의 나라가 어떻게 버티어 내겠느냐? 내 편에 서지 않는 자는 나를 반대하는 자고 나와 함께 모아들이지 않는 자는 흩어버리는 자다.” 주님을 제대로 잘 모시기 위해 신심단체들이 생겨났고 자기에게 맞는 기도의 시도도 생겨났습니다. 그러나 좋은 시도도 하나를 이루지 못한다면 오히려 없느니보다 못한데요. 엄마를 부르는 단순한 기도에서 주님을 만나보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