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의 수요일. 요엘 2,12-18; 고린토2서 5,20-6,2;마태오 6,1-18
사제로 살다보면 만날 수 있는 위험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건 외로움, 고독함입니다. 특히 모여 사는 수도원 분들과 달리 교구사제는, 홀로 있게 되는 시간이 많은데요. 물론 군중속의 고독이라고 같이 모여 산다고 그런 외로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자칫 우울증으로 몰고 갈 수 있는 이 사안에 대해 현명한 대처가 필요한데요.
저에게도 며칠 전 그런 외로움이 밀려왔습니다. 기타를 아무리 쳐도, 기도를 해도 해소되지 않는 그 무언가는, 저를 계속 어둠속으로 끌고 가고 있었습니다. 기타 레슨을 받고 방배역 계단을 올라갈 즈음 20대 후반의 한 자매가 저를 아는 척 했습니다. 예전에도 몇 번 눈인사를 건넨 기억이 있는 그 친구는, 청년이지만 자기 사정에 바빠 활동은 하지 못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자기 집이 경남 아파트라고 소개를 하면서 역과 아파트 사이의 그 짧은 거리를 걸으면서 그녀는 자기의 힘든 속사정을 이야기 하고 있었습니다. 제게 어찌하면 좋겠느냐고 말이지요. 제 마음도 지금 복잡한 상태였지만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답을 해주었고, 그녀는 고맙다면서 총총 걸음으로 단지 안으로 갔습니다. 그렇게 헤어진 순간, 뭔가 쿵~ 하고 머리를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 이거였구나.. 나는 이런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었구나.’ 라는 것을요. 너무 당연한 것이었지만 저 개인의 복잡한 심경에 사로잡혀서 그만 참된 것을 보지 못했던 현실을, 그녀는 천사처럼 제가 할 일을 알려주고 떠났던 것이었습니다. 나의 본 모습으로 가야할 때, 지금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으니 말입니다.
오늘 독서에 당신은 말씀하십니다. “마음을 다하여 나에게 돌아오너라. 주 너희 하느님께 돌아오너라.” 하고요. 그럼 그동안 어디 있었길래 돌아오라는 말을 하시는 것일까요? 2독서에 이런 말씀이 나옵니다. “은혜로운 때에 내가 너희 말을 듣고 구원의 날에 내가 너를 도와주었다. 지금이 바로 매우 은혜로운 때입니다.” 당신은 우릴 위해 항상 생각해 주시고 도와주시는데, 그동안 우린 자기 문제에만 사로잡혀 살면서 내가 뭘 해야하는 지, 깨닫지 못했던 우리였습니다. 일을 하고 있으면서도 말이지요. 2독서에 “하느님과 화해하십시오.” 를 통해 이제야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깨닫게 됩니다. 직무에 충실하다면서 실은 병들고 딴 생각을 품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이제 우리는 모두 재를 머리에 얹습니다. 그저 죽으면 흙 한줌도 안 되는 나를 바라보며 진정한 사랑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다시 바라보게 되는 오늘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