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22주일 남성구역장 미사. 집회서 3,17-29; 히브리 12,18-24ㄱ;루카 14,1-14
찬미 예수님.. 남성구역장 ,반장님들 안녕하십니까?
여기 있는 분들이 오직 남성분들이라서 한편으로는 우중충하고 한편으로는 예비군 훈련장처럼 참 재미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이만 놓고 보면 저보다는 오래사셨는데요. 그동안 살아온 삶을 한번 돌이켜 봤으면 합니다. 그동안 우리의 인생은 무언가를 ‘하는’ 데 익숙해 왔습니다. 능동적으로 움직이면서 무언가 활동을 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배워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런 지 오늘도 지금 단합을 위해 또 무언가를 하고 있잖습니까? 그런데 조금 살아보면 ‘한다는 것’ 에는 함정이 있음을 봅니다. 사람을 계속 들볶고 노력을 강요하고 경쟁에 뒤처지지 않게 몰아 부치니까 말입니다. 이 생활, 과연 행복하십니까?
오늘 독서에 이런 말씀이 나옵니다. “네가 높아질수록 더욱 낮추어라 그러면 주님 앞에서 총애를 받으리라.” 뭘 어떻게 낮추라는 말일까요? 지금의 삶을 돌이켜보면 벌써 이만큼 와 있습니다. 만족스럽진 않다 해도 직장에서나 가정에서나 본당에서나 어느 정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능동적인 삶이 이정도로 이끌어 온 것입니다. 그런데 한편 문제가 되는 것도 발생하였습니다. 능동적으로 밀고 나가면서 설계한 것이 이뤄지지 않아 실망과 좌절을 겪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그러면서 자신과 남에게 상처를 입고 입힙니다. ‘다 그런 어려움은 동반되는 거 아냐?’ 하실 지 모르지만 그것 때문에 우린 고해성사꺼리가 또 늘어갑니다. 그런데 우린 능동의 영성의 삶을 사는 이들이 아닙니다. 바로 수동의 영성의 삶을 사는 이들입니다. 인간적 한계와 좌절을 겪으면서 그동안 발견하지 못한 또 하나의 눈을 뜹니다. 예전 제1의 영성이 능동에 의한 바탕이었다면 제2의 영성은 능동의 한계를 느낀 체험의 시기이고 제3의 영성은 실패를 딛고 일어나 외부적인 것들로부터 받아들이는 영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남성구역을 맡아 일하시면서 많은 고생을 하십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교회차원에서 볼 때는 보통 신자들보다 여러분들이 교회의 발언권이랄지 하는 면에서 힘이 있는 분들이십니다. 대다수는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지요. 며칠 전 저는 영등포에 있는 요셉의원에 다녀왔습니다. 거기다 어떤 곳인지 아시는 분도 계시지만 행려자, 노숙자, 의료보험이 안되는 이들을 위한 무료병원입니다. 정부로부터 어떤 혜택도 받지 않고 순수 후원금으로만 의술을 베푸는 곳입니다. 그게 세워진 것이 1987년입니다. 초대 원장인 선우경식 선생이 처음 세울 때만 해도 반대가 많았습니다. 곧 문을 닫을 것이다. 하고요. 또 원장 자신도 문을 박차고 도망가고 싶었다고 일기에 쓰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불가능하게만 보인 의술행위가 지금까지도 이뤄지는 것은 기적입니다. 자신의 힘만으로, 자본금만으로 행했다면 그런 후원과 끊임없는 진료는 이뤄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어쩌면 본당에서 구역을 맡아 행하는 이 행위도 불가능해 보입니다. 사람들이 잘 나오길 합니까? 말을 잘 듣길 합니까?
오늘 복음에 이런 말씀이 나옵니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고요. 저나 여러분은 자신을 드높이는 사람이 아니지요. 그건 작은 사람이나 하는 일입니다. 게다가 이런 말씀도 덧붙이십니다. “네가 잔치를 베풀 때는 오히려 가난한 이들, 장애인들 다리저는 이들, 눈먼 이들을 초대하여라. 그들이 너에게 보답할 수 없기 때문에 행복할 것이다.” 구역 일을 한다고 뭔가 특별하게 잘 대해주는 사람도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보답을 받지 못하기에 행복하다는 말씀을 보면서 많은 것을 묵상하게 합니다. 요셉의원 들어가면 고 선우경식 선생이 쓴 비문이 있습니다. "돌이켜 보면 요셉의원 환자들은 내게 선물이나 다름없다. 의사에게 아무 것도 해 줄 수 없는 환자야말로 진정 의사가 필요한 환자가 아닌가? 이렇게 귀한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이기에 나는 감사하고 이런 선물을 받았으니 보답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 뭔가 바라는 사랑은 저렴한 사랑이지요. 완전히 낮아짐을 택할 때 오히려 들어 높여 주시는 당신의 사랑을 우린 봐야 합니다.
사랑하는 남성구역장, 반장님 여러분 ..
놓아야 얻을 수 있습니다. 비워야 채울 수 있습니다. 한계에 부딛쳐야 당신의 참된 의도를 깨닫습니다. 이제껏 잘 해오셨습니다. 여러분의 노고 신부님들, 수녀님들이 모르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본당의 핵심요원들이기 때문입니다. 남들을 대할 때 낮아짐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분명 음지에 숨어있는 많은 보석 같은 교우들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할 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