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5주간 수요일
내게 놓여진 어떤 것을 접할 때 이런 착각을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엔 이미 설계도, 계획, 체계가 다 갖추어져 있을 것’이라고요.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요즘 신혼부부들이 떠올려집니다. ‘결혼하면서 신혼살림은 처음부터 풀 세팅이 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요. 마치 모델하우스처럼 모든 편의시설이 처음부터 다 갖추어져야 한다고 여기지요. 요새 추세가 그렇긴 합니다만 그건 좀 비현실적입니다. 일단 초기 자본금이 많이 들고요. 유행하는 제품과 내가 원하는 취향의 차이가 있음을 나중에야 깨닫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기 계신 분들은 처음부터 신혼집이 누구는 월세부터 가전제품도 별로없이 시작하셨습니다. 경제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마련하면서 얻는 재미도 있었고요. 그리고 당장 모든 것이 완비될 수는 없지요. 헌데 요즘은 그걸 못 견딥니다. 당장의 불편함, 남의 시선도 한 몫을 하지요. 마찬가지로 모든 것의 이론서가 처음부터 완전히 만들어져 ‘자~ 완성되었으니 이대로 하세요’ 가 아니었습니다. 시대를 거치며, 세대가 거듭되며 이건 이런 문제가 있었고, 해보니 이게 더 낫고 등의 보편적인 것을 띠어갔습니다. 그리고 시대에 따라 접근법도 달랐고요.
교회의 시작도 그랬습니다. 이스라엘에서 나온 메시아 사상이 퍼지며 ‘다른 나라도 무조건 이스라엘 방식을 따라야 한다’ 는 사상이 오늘 독서의 내용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음을 유대인들은 몰랐습니다. 자기네에겐 필수적이라 여겼겠지만 다른 민족들에게 그게 아니었지요. 더 중요한 것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머무는 속에서 모든 사안을 보는 건데 말이죠. 요사이 레지오 훈화는 사목헌장 44항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엔 ‘교회는 반대자들에게도 도움을 받았다’ 는 내용입니다. 반대자들의 주장과 이단의 논리에 반박하며 아직 제대로 된 체계화 되지 못한 교리의 꼴을 확고하게 갖추어 나갔던 것은 반대자들이 있었기에 그랬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어제보다 오늘이 낫고, 내일이 더 나아질 것이란 희망. 그것이 성장의 배경이 아닐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