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2주간 금요일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다’ 라는 말이 있지요. 분명 있었던 일을 잘 까먹는 모습을 갖긴 합니다만 반면 ‘기억됨’ ‘기억해줌’ 은 우리에게 많은 위안을 줍니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서 내가 누군가에게 기억되길 바라고요. 기억해줘서, 잊지 않아줘서 고마움을 느낍니다. 이런 것은 살면서 우리 자신을 다시금 바라보게 해주는 큰 힘이 되어주는데요.
오늘 복음은 5천명을 먹이신 기적입니다. 부활절에 왜 뜬금없게 옛날 말씀이 다시 소환되고 있을까요?여기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예수님이 어떤 분이신지 보자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수난과 부활 전과 그 이후, 예전의 그 사건이 어떻게 다르게 보이는 지 아십니까? 처음에는 기적을 일으키신 모습이 대단하게 봤지요. 그래서 사람들이 몰려들고요. 억지로 임금으로까지 모시려 듭니다. 현세구복적인 방식으로 당신을 보았지요. 헌데 요즘 읽는 독서에서 느껴집니다. 사도들이 감옥에 잡혀있다가 갑자기 자동으로 감옥문이 열리면서 그들이 나가서 복음선포를 하고 있고요. 신자들이 자발적으로 자기 소유를 내놓으며 함께 사는 공동체가 어떤 것인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기에 가말리엘이란 최고 의회 율법학자이며 바리사이인 그가 나서서 이런 얘기를 합니다. “(저 사람들 일이)하느님에게서 나왔으면 여러분이 저들을 없애지 못할 것입니다. 자칫하면 여러분이 하느님을 대적하는 자가 될 수 있습니다.” 라고 말한 것은 자신의 힘을 너머선 그 무언가를 봤기 때문인데요. 감히 설명하지 못할 부분을 만난 것이죠. 다시 돌아옵니다. 부활 이후 예수님이 어떻게 보이십니까? 5천명을 먹이신 기적은 단지 사람들을 배부르게 하려 한 행동이 아닙니다. 모두가 주님 품에 안긴다면 서로가 사람처럼 대우받으며 복을 얻는 삶을 보여주십니다. 그리고 이 사건을 떠올린다면 주님 안에서 행복한 삶이 뭔지를 알아차리는데요. 이것이 바로 하느님 나라라는 것을 현실 안에서 떠올리게 됩니다.
여러분. 본당에서 왜 가끔 음식 차리고 잔치를 하는 지 아십니까? 이와 비슷합니다. 먹고 마시는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주님을 믿으면 이런 행복의 시간을 갖게 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죠. 하지만 이를 모르는 분들은 무조건 성당에서 먹을 것을 차려 먹어야 한다고 여기기 쉬운데요. 여기서 주님은 없어지고 말이죠. 마치 빵만 먹으려 달려들던 그 시대 사람들처럼요. 이 의도를 알면 우린 기쁘게 살 수 있습니다. 당신을 이해하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