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3주간 금요일
책을 읽고 공부하고, 많은 것을 접하다보면 문득 느끼는 게 있습니다. 지금 하는 것들이 ‘정리가 잘 되고 있는가?’ 란 질문입니다. 많은 것을 하는데, 많이 배운 것 같긴 한데.. 정말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일까? 하며 더 혼란스러운 느낌이 들곤 합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있다면 숙고의 시간을 가지는 사색과 묵상의 시간입니다. 이른바 음미하는 것입니다. 음식도 그렇지 않습니까? 밥을 했지만 뜸을 들이는 것이 필요하고요. 생고기도 숙성할 때 달라집니다. 장이나 김치도 방금 만들어 먹을 수 있지만 발효하는 시간을 가질 때 그것의 참 맛을 보게 됩니다.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은 당장 들었다고 써먹는 제품 같은 것이 아닙니다. 어떤 때는 나중에야 알아차리기도 합니다. 아마 율법학자가 예수님께 “첫째가는 계명은 무엇입니까?” 라고 질문한 것은 아예 몰라서 그랬다기보다는 율법이 말하는 정신을 알고자 했을 것입니다. 여기에 주님은 ‘탁’ 건드려주며 본질을 꿰뚫는 말씀으로 열어주십니다. 하지만 자신의 고집과 아집에 사로잡히면 “죄인들은 그 길에서 비틀거린다”처럼 그 길을 가고는 있으나 여전히 허둥대는 꼴을 보게 됩니다.
그동안 듣고 배운 것을 음미해보고 헤아려 봐야 하겠습니다. 그 때 그것들이 정리가 되면서 진정 무엇을 어디로 향해야 할지 보일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