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세례 축일

2026. 1. 10. 오후 5: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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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세례 축일. 이사 42,1-7; 사도 10,34-38; 마태 1,13-17

 오늘 주님 세례 축일을 맞이하면서 우리가 받은 것이 우리가 만든 것이 아님을 알고 계시는지요? 얼마 전, 단체훈화를 하다가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우리가 받은 세례, 견진 등의 7성사는 누가 만들었나요?’ 예비자 교리급에 해당하는 질문에서 들려오는 답변에 전 할 말을 잊었습니다. 들려온 대답은 사람이 만들었다 고요. 그분은 나름 열심한 분인데 말이죠. 우리가 모인 곳을 사람이 만들었다면, 우린 여기 있으면 안됩니다. 주님이 만드시고, 성령에 따른 교회가 제정한 것을 행하는 곳인데, 그저 사람이 만들었다고 여긴다면, 교회란 그저 어떤 기관에 불과하겠지요. 교회가 정말 그런 곳이라고 여긴다면 신비성과 초월성은 사라질 것입니다. 당연히 각자 여러분 이름 뒤에 있는 수호성인의 이름이 박힌 세례명의 의미와 성인의 전구하심의 힘이 느껴질 수 없겠지요. 누가 그리 만들었나요? 나의 짧은 식견이 그리 만들었는데요.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하겠습니다. 우린 한계가 많은 이들입니다. 내 생각대로 세상이 흘러가지 않습니다. 내 생각대로 돌아간다면 내 인생이 왜 이 모양이겠습니까? 발버둥쳐도 안되는 것이 있습니다. 여기에 여러분께 희망고문하며 가스라이팅 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역사 속에서 실제 이겨나갔던 수 많은 인물들이 있음을 부정하면 안되겠지요.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고 모두가 똑같게 그 방식으로 해결하진 않잖습니까? 자기 안에 들려오는 하느님의 음성을 듣는 이들은 항상 더 나은 방법을 찾으려 애썼습니다. 그게 당장 무슨 뜻인지 모를 수 있습니다. 이때 주님은 말씀합니다. 지금은 이대로 하십시오. 우리는 이렇게 해서 마땅히 모든 의로움을 이루어야 합니다.” 당장 모를 형식과 틀이 내용을 살리는데요. 여기에 과연 요한이 모든 것을 알고 긍정했을까요? 아닙니다. 나중 그가 감옥에 갇혀 예수님의 소문을 들었을 때 그는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가졌습니다. 자기 제자들에게 이리 물어보라고 시키는 대목이 나오지요. 오실 분이 선생님이십니까? 아니면 저희가 다른 분을 기다려야 합니까?” 충분히 그럴 수 있었습니다. 요한의 예상과 그분의 패턴 방식은 달랐으니까요. 하지만 달랐기에 우리를 넘어서는 구원방식이 가능할 수 있었는데요.

 여기서 우린 나 자신에게 물어봐야 할 것입니다. ‘나는 내가 받은 세례를 어떻게 다루고 있나?’ 하고요. 저 같은 경우 세례명은 스테파노입니다. 처음에는 김수환 추기경님과 같은 세례명을 썼기에 부모님이 정해주신 것이었지만 점차 제가 스테파노 방식으로 살고 있음을 발견합니다. 스테파노는 예수님 말씀을 전하다가 돌에 맞아 죽은 첫 순교자지요. 돌에 맞았다는 게 뭡니까? 그만큼 할 말, 못할 말 다 했다는 뜻입니다. 어떤 때는 진리를 전하기 위해 독설처럼 가슴을 후벼파는 이야기를 하고요. 또 어떤 때는 남들이 감히 하지 못하는 사랑을 펼치자는 제시도 합니다. 남들이 감히 못하는 뭔가를 한 사람이 스테파노였습니다. 얼마 전 선종한 배우 안성기씨가 있습니다. 이분이 이사를 많이 다녔지만, 한때 제가 있었던 개포동 신자였습니다. 유명인인 그였지만 매번 교무금을 내러 직접 본당 사무실에 찾아오는 정성을 보였고요. 몸값이 한창 오르던 90년대, 2천년대도 일정 개런티 이상은 받지 않는 강직함도 가졌습니다. 사람이 욕심이 왜 없겠습니까만은, 스스로 제어할 수 있었던 것은, 사도 요한의 삶처럼, 사랑의 중요함을 강조하던 그를 본받아, 안성기 배우도 말 한 마디, 영화 한 편을 할 때에도 애정을 다해 역할을 했었는데요. 그의 태도가 요한을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됩니다.

 사랑하는 인헌동 본당 교우 여러분.

 백 년도 다 채우지 못하고 떠나는 우리가 인생의 껍데기만 붙잡다 가진 말아야 하겠습니다. 그러기엔 내 인생이 너무 아깝지요. 실로 숭고해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자기 잘못도 인정하지 않고, 남의 나라마저 빼앗으려 드는 현실에서 내 삶이 거룩해지려면 욕하면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더 큰 것을 바라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여러분이 받은 세례가 그런 차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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