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공현 대축일
지금의 세상은 야만의 세상입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는 말처럼 남과 늘 경쟁하는 사회에서 살아왔습니다. 학교에서부터 성적과 석차를 가르며 살았기에 경쟁은 자연스러웠습니다. ‘쟤는 친구가 아니라 나의 경쟁상대야~’ 라면서요. 이런 성공 방정식은 결국 어떤 해답을 내놓을까요? 이탈리아 철학자 프랑코 베라르디는 한국 사회의 특징을 4가지로 지적합니다. ‘끝없는 경쟁, 극단적 개인주의, 일상의 사막화, 생활 리듬의 초가속화.’ 문제는 경쟁이 다른 부정적 특성의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입니다. 목숨을 건 경쟁으로 개인주의가 극심해졌고요. 일상은 황폐한 사막이 되었으며, 생활 리듬은 살인적인 속도를 장착하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덧붙여 사교육비의 부담은 초저출산 국가의 직접적인 이유가 되고 있다고요. 여기에 독일 교육의 아버지라고 불리우는 테어도어 아도르노는 말합니다. ‘경쟁은 근본적으로 인간적인 교육에 반하는 원리로서 인간적인 형태로 이루어지는 교육은 결코 경쟁 본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는다”고요. 경쟁은 “의심의 여지없는 야만”이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독일 사람에게는 열등감을 찾기 힘들답니다. 자기가 뭘 잘하는지를 알고 다들 나름의 자존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랍니다. 하지만 우린 괜히 뭔지 모를 주눅이 들어 있지요. 그래서 지금 벌어지는 사회현상에서 답을 찾아야 합니다. 그 답이 다행히 오늘 복음 안에서 벌어집니다.
아기 예수님이 오셨습니다. 구세주가 오셨습니다. 그런데 이스라엘 그 누구도 이를 알아보는 이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동방에서 온 이방인 3명이 “유다인들의 임금으로 태어나신 분이 어디 있습니까?” 라며 다가옵니다. 참 생뚱맞지요. 사실 이런 경우는 가족끼리도 벌어집니다. 우리 아이가 뭘 잘하는 지, 식구만 모르는 경우입니다. 밖에서 본 남들이 오히려 칭찬을 해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뭐가 빠져있기 때문일까요? 앞서 거론했던 경쟁과 남을 인정하지 않는 자세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나보다 뭔가 잘하는 사람들 참 많습니다. 그런데 이를 보고 사람들의 반응이 어떻습니까? 질투를 하거나, 시기를 합니다. 왜 사람들은 그런 저열한 반응을 보일까요? 남을 인정한다는 말은 곧 자기를 인정한다는 말과 같기 때문입니다. 남들의 가진 것을 인정하면 여기에 자신의 처지가 보입니다. 그런데 그 사실을 보기 힘들었던 것이죠. 허나 그걸 봐야만, 남의 좋은 점을 칭찬하면서 한편 내가 잘하는 것을 찾으며 기뻐할 줄 알게 되는데요. 가령 친구의 성공을 봤다면 이런 말을 해야겠지요 ‘네가 성공한 것이 사실 질투가 나지만, 동시에 축하해주고 싶어’ 라고 고백할 때, 이런 정직함이 새로운 형태의 연대가 가능할 수 있겠지요.
당시 천문학자며 점성술사였던 이들은 별을 보고 주님을 알아봅니다. 사실 율법학자들도 미가 예언서에 “베들레헴에서 통치자가 나온다” 는 내용을 알았지만 그들은 그것을 애써 무시해 왔습니다. 헤로데와 율법학자들은 로마 압제에서, 그냥 식민지 치하에서 먹고 사는 것에 만족하며 살았기 때문입니다. 지방 자치권을 쥐고 있던 그들에게 구세주란 그야말로 방해꾼에 지나지 않으니까요. 사실 헤로데가 정직하게 자신의 처지를 인정하면서 주님을 경배하고, 결국 언젠가 내려올 수 밖에 없는 권좌를 이해했다면, 그는 2살 이하의 아이를 죽이는 만행을 저지르진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그렇지 못했지요. 반면 먼 곳에서 찾아온 동방박사들은 주님의 임금을 상징하는 황금, 사제를 칭하는 유향, 나중에 죽음으로 구원할 것이라는 시신에 바르는 몰약을 선물합니다. 아기에게 이런 선물은 뜬금이 없지요. 막 태어난 아기에게 몰약이라니요. 허나 선물이란 것은 내가 주고 싶어하는 것을 주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 맞는 것을 주는 것이 예절이지요. 상대방의 수준의 정도를 인정하는 척도가 되니까요. 그랬기에 그런 건데요.
사랑하는 인헌동 본당 교우 여러분
여러분은 남들을 얼마만큼 인정해 주십니까? 그리고 얼마나 알아보십니까? 괜한 질투나 미움, 시기 같은 것에 여러분의 인생을 낭비하지 마시고 정말 받아들이고 칭찬해줄 때 서로를 살릴 수 있는데요. 주님을 주님답게 모시고, 옆에 있는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신다면 여러분은 행복하실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