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바오로 미키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열왕 상 3,4-13;마르 6,30-34
여러분은 하루 중에 몇 마디의 이야기를 하시는 지 세어본 적 있으십니까? 아마 허리에 만보계를 차고 다니듯이 입에도 무언가를 달 수 있다면, 그래서 확인할 수 있다면, 참 재미겠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만나는 사람들을 대할 때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보다는 말하고 싶은 마음에 입이 근질근질한 저 자신도 보곤 합니다. 그럼 과연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오늘 복음에 예수님은 외딴 곳에 가시면서 이런 반응을 보이십니다. “배에서 내리시어 많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 그들이 목자 없는 양들 같았기 때문이다.” 라고요. 그분이 어떻게 이런 마음이 드셨을까요? 아마도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르는 풍랑에 시달리는 배 같은 백성들의 모습이 보였던 모양입니다. 1독서에서도 비슷하게 임금이 되어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걱정하던 솔로몬은 하느님께 이런 기도를 바칩니다. “당신 종에게 듣는 마음을 주시어 당신 백성을 통치하고 선과 악을 분별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라고요. 예전에 불경을 보니 이런 말이 있던 것을 기억합니다. 진공묘유(眞空妙有)라고요. 즉 텅 비울 때 오묘한 존재가 드러난다는 말인데요. 그들이 그렇게 비우는 것을 중시하는 것처럼 우리도 ‘보는 자리’ 가 필요합니다. 예수님께서 곤혹스러울 때마다 산에 가셨듯이 우리가 비록 매번 산에는 못 가더라도 내 이야기를 거둬내고 진정 바라볼 줄 아는 예수님의 시선이 필요한데요. 우린 이처럼 유심히 바라볼 때에 내가 해야 할 것들이 보입니다. 진정한 것이 보이게 될 때,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참됨에 이르는데요.
오늘은 성 바오로 미키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입니다. 미키라는 이름에서 보듯 일본 성인 26분 중의 대표격인 분이십니다. 이분은 불교승려들과 많은 토론을 벌였고 자신이 저술한 교리서를 통해 불교신자들을 깨우치기도 했다는데요. 아마 다른 종교인들을 만나기 위해 평소 많은 시간을 들이면서 그들을 바라보았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진정으로 필요한 말들을 했을것이구요. 오늘도 근질거리는 내 입을 바라보며 내 앞에 있는 사람이 무엇을 바라는지 지켜봐주는 하루가 되야겠습니다. 그럴 때 주님의 모습이 되어갈 테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