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2주간 수요일. 사무 17,32-51; 마르 3,1-6
어떤 산부인과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곧 이제 아버지가 될 여러 남자들이 대기실에서 초조하게 아기가 태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한 간호사가 나와서 그들 가운데 한 남자에게 손짓하며 말을 합니다. “축하합니다. 아들이에요.” 그러자 그걸 지켜보던 어떤 남자가 보고있던 잡지를 팽개치며 버럭 소리를 쳤습니다. “이봐요 간호사!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내가 그 사람보다는 두 시간이나 먼저 왔단 말야..” 라고요. 무슨 이야긴지 아시겠습니까? 먼저 산부인과에 왔으니 아기도 먼저 봐야 한다는 계산적이고 조직화된 사람을 꼬집는 이야기인데요. 혹시 살면서 여러분은 그렇지 않습니까? 배운 대로만 안전하게 살려는 유혹을 말입니다.
오늘 다윗은 골리앗을 쓰러뜨리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 다윗은 아직 어리고 칼도 쓸 줄 몰랐습니다. 그래서 사울이 말리지요. “너는 나가 싸우지 못한단다. 저자는 어렸을 때부터 전사였지만 너는 아직도 소년이 아니냐?” 그 말이 얼핏 옳게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복음에서는 예수님이 슬퍼하십니다. “그들의 마음이 완고한 것을 몹시 슬퍼하시면서..”라고 표현되듯, 더 이상의 것을 보지 않으려는 그들의 마음 때문에 말입니다.
사람이 어느 정도의 위치에 이르게 되면, 저지르는 병폐가 하나가 있습니다. 이른바 ‘닻 내리기 효과’ 입니다. 원래 배는 풍랑을 헤치고 가야하도록 만들어졌지요. 하지만 배가 닻을 내린 곳에 오래 머물듯이 이제까지 이룬 것에서만 머무는 현상입니다. 이런 이유는 첫인상의 강렬함 때문에 그것만을 기준으로 보고 있기 때문인데요. 저도 조심해야 합니다. 지금의 시간에만 만족하다보면 주님이 날 어디로 이끌어 주실지, 어디로 가야할 지에 대해 관심이 없어집니다. 그러다보면 영적인 병이 생기고 맙니다. 재미있게도 우리가 만나게 해주는 주님의 은총은, 우리의 영혼을 파헤치고 부숴뜨리며 다시 한 곳으로 모아 건설하고 치유하고 바로잡아줍니다. 머물려고만 하는 사람은 아무 것도 얻지 못합니다. “손을 뻗어라.” 복음 말씀처럼 지금의 자리를 또 한번 박차고 나올 수도 있어야 하는데요. 신앙에 진보를 원하십니까? 그럼 지금 머물고 있는 그 자리에서 나오십시오. 그럼 새 세상이 보일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