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14주일
몇 년 전, 김연아 선수의 인터뷰가 화제가 됐던 적이 있습니다. 스트레칭을 하는 선수에게 기자가 묻습니다. ‘무슨 생각하면서 하세요?’ 그러자 김연아 선수는 웃으며 이런 답변을 합니다. ‘무슨 생각을 해요? 그냥 하는 거죠’ 짧은 문답이었지만 사람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온 이유가 뭘까요? 우린 너무 생각이 많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생각 때문에, 감히 다음 단계로 넘지 못하는 문제에 빠진다는 것입니다. 생각은 많고 막상 행동하기는 꺼린다는 점이죠.
사실 그렇지 않습니까? 기도를 하더라도 원하는 뭔가가 있지만 ‘이런 기도를 들어주실까?’ 하며 생각은 많지만 막상 기도는 하려들지 않습니다. 피겨의 여왕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내가 1등 해야지. 금메달 따야지’ 로 했기보다는 그날 주어진 일을 매일 그냥 하니까, 어느새 그 자리에 앉았다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런데 이 말이 여러분에게 와닿습니까? 주어진 일이지만 하기 싫고, 피하고 싶고, 누가 대신 해줬으면 하지요. 또 하나의 인터뷰를 소개하지요. 국내 여자 클래식 기타리스트면서 신자인 한은이라는 연주자입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겠지만 최고의 소수만 인정받고 그들이 주류를 이루는 게 현실이지요. 기타 쪽에서도 손꼽히는 연주자 몇몇을 제외하고는 각자 자신만의 방법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어릴 때는 연주자로 무대에 서기를 기대하며 꿈을 키운 친구들이 많았는데요. 시간이 흐르면서 연주자의 길보다 교육이나 다른 방향의 직업을 택하게 되고, 연주 활동을 하는 연주자가 많지 않아요. 결국 끝까지 버텨 살아남는 연주자가 나중에 사람들이 알게 되는 기타리스트가 되는 거라 봐요. 엄청난 연주력을 갖췄다는 이유로 존재하는 기타리스트가 아니라, 누가 보기에는 조금 부족할 수도 있지만, 그 사람만의 매력과 장점 때문에 그 연주자의 공연을 보는 사람들도 있다고 믿거든요. 어떤 명확한 기준치가 정해져 있어서 그걸 넘으면 기타리스트이고 미치지 못하면 기타리스트가 아닌 그런 문제가 아니라는 거예요. 각자의 장점을 믿고 끝까지 집중하는 것에 가치와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의 목표는 버티기입니다. 결국은 남는 사람이 이기는 거예요. 그 또한 그 사람의 끈기와 인내를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오늘의 복음 말씀은 둘씩 보내시며 복음 전파를 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솔직히 복음을 전하는 데에 쑥쓰럽거나, 부담스러워하고요. 남들에게 외면받을까 두렵고, 또는 내 일이 아니라고 여기는 신자도 있습니다. 이런 때에 앞서 들으신 두 이야기가 어떻게 들리시는지요. 90년대에 나온 유명한 영화가 있습니다. ‘죽은 시인의 사회’입니다. 여기서 키팅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강조합니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 ‘오늘을 즐겨라’. 사실 이말은 로마시대 시인인 호라티우스가 한 말입니다. 그는 에피쿠로스 학파이기도 했는데요. 시 구절은 이랬습니다. ‘짧은 우리네 인생에 긴 욕심일랑 잘라내라. 내일은 믿지마라. 오늘을 즐겨라’ 그런데 이렇게만 들으면 생각없이 즐기는 차원으로 비칠 수 있지만 그가 몸담은 에피쿠로스 학파는 쾌락주의였습니다. 쾌락하니까. 굉장히 오해할 수 있는데요. 그들의 논조는 ‘육체적 쾌락은 더 강한 자극을 주며 고통을 받으니, 그것은 즐거움이 아니다. 참된 쾌락은 고통을 줄이는 불안과 마음의 동요가 없는 아타락시아 이다’ 주어진 것을 하며 두려움도 없는 상태가 필요한데요.
사랑하는 인헌동 본당 교우 여러분
우린 늘 걱정하며 삽니다. 하지만 하느님은 늘 우릴 위로해주셨습니다. 1독서에 나오듯, “내가 너희를 위로하리라. 이를 보고 너희 마음은 기뻐하고, 너희 뼈마디들은 새 풀처럼 싱싱해지리라” 하셨고요. 부활의 영광을 만난 2독서는 “나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는 어떤 것도 자랑하고 싶지 않습니다.” 말합니다. 그들은 고통을 넘어선 영광의 기쁨을 맛봤기 때문입니다. 뭔가를 계속하는 사람들을 보신 적이 있습니까? 그들은 순간의 희열이라도 맛본 사람들이었습니다. 매번 힘들기만 한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야구에서도 10번 중 3번만 쳤는데도, 3할대 타자라며 극찬하는 이유가 뭐겠습니까? 7번의 실패만 언급하는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합니다. 3번의 잘함도 변화무쌍한 조건이 성립되면서 얻어지는 어려운 것임을 그들은 알기 때문이고요. 그렇게 출루하며 팀 승리를 도우며 본인의 길을 나아갑니다. 그러니 두려워만 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그분의 사랑을 믿으십시오. 오랫동안 계속, 갈 길을 잘 가시길 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