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11주간 금요일
보통 사람들은 ‘이력서’가 빽빽하게 채워지길 바랍니다. 무슨 기관장, 단체장, 회장. 클럽의 경력을 채워놓으면 자신이 우쭐해지고 상대방도 자기를 바라봐주는 맛을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교회는 좀 다릅니다. 그 직무를 오래하건 아니건 간에, 신부님들 경우는 그런 경력을 이미 흘러간 자리로 치부합니다. ‘예전에 맡은 것이지, 지금은 그것에 메여있지 않다’ 는 투로 본인의 과거를 말합니다. 그리고 그 과거가 지금의 날 오염시키지 않길 바라면서 말이죠.
오늘 바오로는 일부러 이렇게 말합니다. “많은 사람이 속된 기준으로 자랑하니, 나도 자랑해 보렵니다. 나도 이스라엘 사람이고, 아브라함의 후손이고, 수고도, 옥살이도 죽을 고생도 했다”면서요. 하지만 마지막에 “내가 사랑해야 한다면 나의 약함을 드러내는 것을 자랑하렵니다.” 지나고 보니, 예전 자신이 해왔던 것이 자랑스럽게 여겨지지만은 않지요. 그리고 그렇게 완전하지도, 고결한 것만도 아님을 보게 됩니다. 이제는 시간이 지나보니 부족함도 보이고, 창피함도 느껴집니다. 중요한 것은 ‘예전의 나’ 보다 ‘지금의 나’ 가 더 좋아보이지 않는가? 란 점입니다. 그래서 복음도 말씀합니다. “너의 보물이 있는 곳에 너의 마음도 있다.”
우리가 예전의 훈장에만 머물러 있을 필요가 있을까요? 그건 그저 과거의 경험과 이력이고요. 그로인해 고마움도 있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지금과 미래이지 않겠습니까? 많은 것을 선사해주신 주님께 감사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훌훌 털면서 지금의 나로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