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강림대축일

2025. 6. 6. 오후 6:3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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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강림대축일

 사람은 이해하기 힘든 종족입니다. 행복해지고 싶다고 말하면서 정작 왜 행복하지 않은 지에 대해서는 잘 보지 않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나름 기준을 세워놨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이뤄지면 행복할꺼야 라고 말합니다만, 더 큰 문제가 뭔지 아십니까? 무엇이 행복을 가로막는 지 살펴봐야 하는데요.

 첫째로 이런 말이 어떻게 들립니까? 전 행복을 원치 않아요. 다만 지금보다 돈을 더 벌고 싶어요.’ ‘난 행복을 원치 않아요. 1등을 원하지요.’ ‘전 행복을 원치 않아요. 다만 제발 나를 그냥 놔두세요’... 행복을 원한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요새 불어오는 살랑거리는 바람과 햇살에 기분 좋아지는 이유가 뭘까요? 가만히 만끽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여러분은 행복해지는 방법을 압니다. 문제는 내가 무엇무엇이 있으면 행복해질거야~’ 라고 만들어냈기에 힘들고요. 그래서 참맛을 느끼지 못하는데요. 나를 가로막고 있는 걸 봐야죠. 두 번째로, 지금 엉망진창 되어 꼬인 상황을 빠져나오지 않으면서 뭔가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안락함을 원합니다. 편안함을 원합니다. 게다가 어느 정도의 소유물이 있어야 행복이 가능하다고 여깁니다. 물론 필요하지요. 한편 그것이 나를 붙잡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편안함이 생각을 굳게 만들고요. 애착을 갖는 그 뭔가가 나를 변화시키지 못하게 막는 것이 보이시는지요? 그런 생각이 우릴 엉망으로 만들고요. 더 구렁속으로 밀어넣습니다. 셋째로 잘못된 사용설명서를 읽고 있습니다. 여러분 자체는 문제가 없는 분들입니다. 하지만 누군가 우리 머리에 잘못된 정보를 집어넣었습니다. 여기에 이것을 분별하고 판단하기보다 무조건 그 정보에 의지했습니다. 그런데 그 정보가 과연 옳습니까? 몇 십년이 지나도 변치 않는 그런 겁니까? 제가 왜 이런 말씀을 드리고 있을까요? 우린 우리 자신을 지키려고 시스템을 만들지만 그 시스템에 정작 갇히면, 그다음엔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는 상태를 만나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원래 자유로운 존재인데, 오히려 내가 세우고, 만들고, 결정한 것에 의해 스스로 갇히길 바란다는 점이죠.

 우린 태어나면서 부모님한테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적힌 사용 설명서를 받지 않았습니다. 이는 참으로 다행입니다. 사용 설명서를 받지 않았다는 말은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뜻인데요. 자유롭지만 사람이 지켜야 할 가이드 라인은 있습니다. 맹자가 정리한 인간 본성의 4가지 기본 덕이 있지요. 시비지심(是非之心). 옳고 그름, 선악(善惡), 시비(是非)를 판단하고 분별할 수 있는 능력 수오지심(羞惡之心). 잘못된 일이나 부끄러운 일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고, 착하지 못한 것을 미워하는 마음. 측은지심(惻隱之心). 남의 어려움을 함께 아파하는 마음 사양지심(辭讓之心), 남에게 양보하고 겸손하는 마음입니다. 우리로 표현하면 향주 3덕입니다. 이게 뭐죠? 믿음, 소망, 사랑입니다. 믿음으로 하느님과 관계를 맺으며, 시비를 가리고, 부끄러움인 경외심을 가지고요. 사랑으로 상대방의 어려움을 아파하고, 공감하며, 겸손되게 양보의 미덕을 가집니다. 그리고 소망을 통해서 자칫 흔들릴 수 있는 우리의 마음을 주눅들지 않고 극복할 수 있도록 희망을 바랍니다. 그래야 굳건하게 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인헌동 본당 교우 여러분.

 지난 시간을 겪으면서 성장만이 최선이라 여긴 세상에서 높은 자리, 편안한 자리, 안정된 지위를 원했지만, 정작 그게 가능하려면 필요한 가장 기본기는 소홀히 여겼습니다. 그래서 인간이 가져야 할 무엇이 옳고 그르냐?를 따지기 보다, 내게 이득되는 것이 무엇인가?를 염두하니, 모든 것이 망가지는데요.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을 혼동하고요. 하느님이 맺어주신 가족의 연결고리마저 이득에 의해 좌지우지됩니다. 오늘은 성령강림대축일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이 성령과 상관관계가 없는 듯 보이지만, 마음의 준비로 삼덕인 믿음, 소망, 사랑으로 살 때, 내가 뭘 해야 행복할지를 알면서 내가 인위적으로 만든 그 무언가에 휘둘리지 않게 됩니다. 그러면서 성령이라는 은총을 통해 현실과 미래를 제대로 살게 됩니다. 기본기를 익혔으니까요. 그럴 때 주시는 성령의 은총은 비록 사용 설명서가 뭔지 못봤지만 스스로 알아서 부르심에 응답하는 참된 삶으로 인도되는데요. 그러니 그분이 무엇을 주시는 지 잘 살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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