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3주일

2025. 3. 22. 오전 9:5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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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3주일

 제가 알던 신부님 중에서 임 신부님은 기도를 열심히 하는 분이셨습니다. 임 신부님이 얼마나 기도를 열심하시냐 하면, 병자성사 때 환자를 방문하면 환자분이 고통없이 천국에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성당으로 전화 한 통이 걸려옵니다. 그 성당은 규모가 컸기에 신부님이 3분 정도 있었지만 일단 먼저 받은 신부님과 통화가 되었습니다. 내용은 이러했습니다. ‘(울먹이며) 신부님, 저희 어머니가 많이 편찮으세요. 저희 집에 와 주시겠습니까?’ 갑자기 이야기를 들은 신부님도 자초지종을 물어보면서 이야기가 계속되자, 저기 멀리, 수화기 너머 편찮으시다는 어머니의 간절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얘 며느라기야~ 그래도 임신부님은 안된다~ 임신부님 은 오시지 않게 해라~’(유머) 그분은 아직 돌아가시고 싶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오늘 복음 말씀은 좀 불편합니다. 우리에게 이런 경향이 있지요. 자기 일이 아니면 관심이 없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경고합니다.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처럼 멸망할 것이다. 또 실로암에 있던 탑이 무너지면서 깔려 죽은 그 열여덟 사람, 그들이 예루살렘에 사는 모든 사람보다 더 큰 잘못을 하였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렇게 멸망할 것이다.” 좀 섬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다 자기에게 큰 일이 닥치면 어떻게 될까요? 그리 멀지 않았던 몇 년전, 이태원 참사가 났었습니다. 그때 아이를 잃은 부모가 인터뷰를 합니다. 솔직히 세월호 사건 때 그 부모들을 보며 욕을 많이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제 아이를 잃으니 알게 되었습니다. 왜 이걸 정치적으로 몰고가냐고요? 이런 때에 세월호 유가족이 찾아와 줘 위로를 많이 해주었습니다. 저는 그동안 사실을 잘못 알고 있었던 나쁜 부모였던 겁니다.’ 이들이 잘못해서 아이를 잃었을까요? 그건 아니지요. 이들의 아픔은 시간이 지난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이들이 원한 것은 공감해주고 들어주는 것이었는데 사람들은 자꾸 다른 곳에서 해결하려고 들었지요. 사실 우리에게 이런 것이 있습니다. ‘불편한 진실을 마주 대하기 싫다는 점입니다. 앞서 유머로 소개했지만 본인의 죽음을 마주하기 힘들었기에, 그 신부님을 모시고 싶지 않았던 것처럼 다가온 것들을 받아들이고 해결하려는 점이 필요한데요. 우리는 그걸 마주 대할 수 있습니까 

 여기에 독서의 모세는 하느님을 만납니다. 그는 도망자 신세였기에 장인 집안에 얹혀 살면서 어렵게 지내야 했습니다. 그런 때 하느님을 만납니다. 그러면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얻습니다. 그가 이럴 수 있었던 배경은 뭘까요홀로 있었기에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겁니다. 사실 떠들썩한 사람들은 하느님을 만나기 어렵습니다. 그들은 홀로 있기를 힘들어합니다. 혼자 있을 줄도 알아야 내공을 쌓을 수 있는데, 그것을 견디지 못해서 힘들어합니다. 그래서 자꾸 떠들썩한 곳을 찾습니다. 하지만 그런 결과는 오히려 사람을 더 외로움에 치닫게 하는데요. 여기에 다행히도 하느님은 기회를 주십니다. 복음 말씀에 나오잖습니까? 나무에 열매를 맺지 못하자 주인은 당장 잘라버리라고 명령하지만 재배인은 대답합니다. 주인님, 이 나무를 올해만 그냥 두시지요. 그동안에 제가 그 둘레를 파서 거름을 주겠습니다. 그러면 내년에는 열매를 맺겠지요. 그러지 않으면 잘라 버리십시오.”

 사랑하는 인헌동 교우 여러분

 우리에게 남은 기회가 얼마나 있을까요? 물리적으로 살아온 시간이 있으니 많이 남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도 숨이 붙어 있잖습니까? 회개할 수 있는 기회, 마음을 돌릴 수 있는 기회는 그나마 지금입니다. 보통의 사람들은 평범하지만, 성실하면서 깨닫길 원하는 이에게 하느님은 기회를 제공하시고요. 열려있는 이들은 그것을 얻을 것입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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