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1주간 화요일
1970년 작품으로 우리에게 유명한 천상병 시인의 ‘귀천’ 이란 시가 있습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3연으로 된 짧은 시지만 많은 게 담겨 있습니다. 작품 발표 3년 전, 1967년 그는 동백림 사건에 연루됩니다. 동백림은 한자어입니다. 원래는 동베를린이죠. 아직 독일이 통일되기 전이라서 동베를린은 공산국가입니다. 서베를린에 사는 대한민국 교민과 유학생이 동베를린의 지령을 받고 간첩활동을 했다고 중앙정보부가 사건을 만듭니다. 음악가 윤이상과 천상병 시인도 연루됐지요. 하지만 당시 독일은 갈라져 있었지만 서로가 오갈 수 있었는데, 그걸 우리나라 남북한 상황처럼 못 가는 곳을 오갔다고 몰아부쳤던 것이지요. 간첩으로 지명되어 모진 고문에서 몸과 마음은 상했고요. 자녀를 가질 수 없게 됩니다. 그 후에도 사람은 좋지만 가난한 삶은 그와 계속 따라다닙니다. 그런 그가 어떻게 이런 시를 썼을까요?
오늘 말씀도 비슷하게 “비와 눈은 하늘에서 내려와, 그리고 돌아가지 않고.. 내가 뜻한 바를 이루며, 내가 내린 사명을 완수하고야 만다” 라고 나옵니다. 왔다가 당신 뜻을 이루고 돌아가는 삶인데요. 복음도 그렇습니다. 다 아는 주님의 기도 또한 ‘아버지의 뜻을 이루는 기도’입니다.
앞서 시처럼 우린 이슬 같은 짧은 삶을 삽니다. 하지만 인간은 결국 돌아가야 함을 알고 있습니다. 2연의 노을빛처럼 짧고 순간적인 아름다움을 갖고서요. 3연의 소풍은 즐겁지만, 더 중요한 것은 돌아갈 집이 있기에 더 즐겁습니다. 우리 삶도 그렇지요. 결국 하늘, 하느님께 돌아가야 하는 귀천(歸天)의 삶입니다. 한시적인 삶에서 집착하지 않으며 할 일을 해나갈 때, 이 삶은 아름답겠지요.. 하지만 헛된 것을 꿈꾸고 움켜쥘 때, 그 반대가 될 것입니다. 여러 고생을 겪고 받아들인 사람들은 말합니다. 편안하게.. 담담하게.. 아직 뭐가 불편한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