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신심미사. 루카 2,41-52
가끔 사람들은 자신에게 묻곤 합니다. ‘내가 지금 잘 가고 있나?’ 라고요. 이젠 어린이가 아닌 어른이 됐기 때문입니다. 어릴 땐 부모님이 시키는데로 하면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시키는데로 ‘부모님 말씀 잘 듣고’ ‘사고 안치고 모범생처럼 살면’ 됐습니다. 하지만 지나보니 그런 세상이 아닌 겁니다. 분명 시킨 데로 다 했는데, 부모님 말씀을 잘 들었는데, 내가 어른이 된 지금은 부모님이 말씀하던 그 시대가 아니었습니다. 부모님이 말하는 대학에 가면 남들 다 가던 직장을 다닐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었습니다. 스펙이 없답니다. 자격증이 없답니다. 그럼 부모님은 당시 스펙이 있었나요? 그런 거 없어도 잘만 직장생활을 하셨습니다. 그때는 당연히 주어진 기회가 이젠 나에겐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은 없는 겁니다. 잘사는 강남 아이가 서울, 연고대를 더 가는 세상입니다. 출발부터가 다른 겁니다. 부모님이 말하던 시대가 아닌 겁니다. 그만큼 세상이 변했습니다. 게다가 정작 어른이 되고 보니 내가 뭘 하고 싶은 지조차 모른다는 사실입니다. 나는 부모님이 시킨 데로 했기 때문입니다. 모범생처럼요. 이제 난 어쩌지요?
방금 이 말은 2천년 생들의 말을 종합해 본 것입니다. 부모의 사랑이건, 욕심이건, 시킨데로 했지만 정작 본인은 뭘 해야할 지 모르겠고요. 배운 것과 다른 세상을 볼 때 부모와 세상에 대한 배신감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데요. 이에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요?
여기서 성모님을 봅니다. 성모님은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가르치기보다 함께 했습니다. 물론 이해되지 않는 구석이 더 많았지만 그럼에도 믿었습니다. ‘이게 뭘까?’ 하면서 한편으로 기대감으로, 한편으로 미래를 주님께 맡기는 자세셨습니다. 예수님은 자기를 아셨습니다. 그러기에 당돌한 발언을 하셨습니다. 점점 세상은 더 빨리 변할 겁니다. 있던 일자리마저 기계와 컴퓨터에게 빼앗깁니다. 예전처럼 아이가 학원가를 맴돌면서 등급 올리는 것이 중요할까요? 그게 몇년이나 갈까요? 대기업을 다녀봤자 15년도 채 다니지 못합니다. 이젠 남들처럼 살아선 안됩니다. 내가 변화를 시키는 주체는 아니기 때문이지요. 흐름 속에서 지혜를 얻으며 자신의 앞길을 잘 살펴야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