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24주일

2024. 9. 14. 오후 10: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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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24주일

 신학교 2학년 무렵이었습니다. 교수 신부님이 이런 말씀을 던지시며 시작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어떤 분일까요?’ 모두들 자기가 아는 최고의 대답을 내놓기 시작합니다. 하느님의 아드님이요. 하느님이면서 참 사람이십니다 등등의 답변이 나옵니다. 그걸 쭉 들으시더니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씀합니다. 이제 여러분 정도라면 남이 알려준 그런 대답 말고 여러분이 체험한 답을 내놓아야 하지 않겠어요?’ 수업이 끝난 후 방에 들어와 한참 동안 멍하니 있었습니다. 나름 자신했었는데, 교구에서 시행하던 교리 경시대회 추기경님상도 받았고 별 탈 없이 신학교도 다니고 있는데, 정작 나는 남이 알려준 대답만을 해왔었구나 라는 탄식이 나왔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지요

 어쩌면 주입식 교육의 폐단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주입식 교육은 나름 장점이 있습니다. 일단 아예 모르는 사람에게 정답을 알려주면서 이것만 알면 된다는 꿀물 같은 정보를 줍니다. 당연히 그렇게 대답하면 다른 사람들은 내가 그것에 대해 잘 안다고 여깁니다. 여기에 나는 어깨가 으쓱해지고, 남들도 나를 인정하는 눈빛을 보내줍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던 겁니다. 내가 직접 체험하여 대답한 것이 아니라 남이 알려준 답이기 때문입니다. 남이 알려준 것을 마치 자기 것처럼 여기면 무슨 시비가 일어날까요? 실제 저작권 시비가 없을 뿐이지, 나는 남의 것을 내 것처럼 사용한 사람이 됩니다. 그것도 허락받지도 않았으면서요. 그러면서 나는 알고 있다고 오판을 하지요. 계속 이렇게 되면 무슨 오류에 빠지게 될까요? 앞서 주님에 대한 판단을 잘못 내리게 됩니다. 내가 만든 세계에 빠진 것이지요.

 오늘 1독서에 나오지요. 나는 매질하는 자들에게 내 등을, 수염을 잡아뜯는 자들에게 내 뺨을 내맡겼고..” 이거 이해가 안됩니다. 왜 그러고 살아요? 손해 보면서..’ 당장 예수님께 따질 것입니다. 대답을 잘했다는 베드로도 실은 그가 체험해 대답한 것은 아니었지요. 뒤이어 예수님이 당신 구원사업을 말씀하시자 바로 반박합니다. 그러자 이런 대답을 듣습니다.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 실은 그분에 대해 몰랐던 것입니다. 실은 주변에 이런 일이 많지요. 명절이 다가오면 1년에 몇 번 만나기도 쉽지 않은 친지들을 다 아는 척 하면서 무슨 처방전 내리듯이 말을 툭 던집니다. 하지만 그건 돌팔매지요. 모르면서 서슴치 않고 이야기를 내뱉는데요. 그래서 실천이 필요한 것입니다. 2독서에 나오지요. 어떤 형제에게 양식이 없는데.. 평안히 가서 몸을 따뜻이 녹이고 배불리 먹으시오 라고 말한들 무슨 소용있습니까? 그 사람의 상태를 헤아리면 이제 줘야지요.

 사랑하는 인헌동 본당 교우 여러분

주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 친척과 가족들을 얼마나 헤아려주고 있습니까? 아는 만큼 이해해줄 수 있고요. 아는 만큼 베풀 수 있습니다. 그런 시간 되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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